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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by 카타리나39 201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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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국내도서
저자 : 존 그린(John Green) / 노진선역
출판 : 북폴리오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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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삶이란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지 우리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나는 배워가고 있었다. 물론 우리는 자신이 작가인 척한다. 그래야만 한다. 12시 37분에 높이 달린 스피커에서 단조로운 삐 소리가 울리면 '이제 점심을 먹기로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종소리가 결정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화가인 줄 알지만 실은 캔버스에 불과하다.   p 9-10             - 이상하게도 내 기억에 남았던 문구 -

 

 

어느날 백만장자 CEO가 행방불명되고, 제보자에겐 현상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의 재촉에 오래전에 알았지만 연락이 없었던 그 사라진 백만장자의 아들을 만나게 되고...

이 소설은 줄거리가 무척 간략하다. 위에 말한 내용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에이자가 평범한 생각에,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면 소설로 나올수 없는 얘기였을수도 있지만 에이자는 그런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에 감염된거 같다. 인터넷에서 증상을 찾아본다. 자신과는 다르다. 하지만 예외는 있어서 그런 증상이 없어도 감염되어 사망한 사람이 있다. 자신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어느정도 이런 증상(?)들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딘가가 아프면 인터넷 검색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에이자와는 다르게 그 증상에 자신이 속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것을 확인받고 안심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에이자는 그 예외의 예외까지 찾으며 자신이 그곳에 속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끝임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대체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 것일까? 고등학생인 에이자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몇 안되는(?) 사람중의 한명이다. 자신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멈출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는것도 불안하고,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괜찮니?라고 언제나 묻는 엄마의 말이 부담이 된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을 하는 에이자. 그럼에도 어느정도 감정을 공유하게 된 데이비스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이해는 갈듯 하지만 크게 공감이 간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에이자의 불안감은 내 생각을 초월할정도로 크다. 매일 매일 그런 강박적인 생각에 빠져 일상생활을 영위할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나도 약간의 강박증이 있다. 나같은 경우는 안전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일상생활속의 안전을 걱정하는게 아닌 집밖을 나설때 내 집안에 대한 안전과 관련된 일이다. 가스가 잘 잠겼는지 몇번이나 확인해야 하고, 전기를 다 끄고 나왔는지, 문을 제대로 잠겼는지 등등. 이런 일들을 매일 집밖을 나올때마다 몇번씩 확인하곤 한다. 다 괜찮다는걸 알면서도 어쩔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감이 따르기때문이다. 나는 이런 내 강박증이 일상생활에서도 좀 불편하게 다가와서 짜증이 날때가 꽤 있지만 그렇다고 내 삶을 흔들정도는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에이자의 경우는 상담치료를 받고, 약을 먹을 정도로 상태가 심하지만 어떤것으로도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번 불안감이 엄습하면 계속 그 안으로 빠져들어가는 자신을 잘 통제하지 못한다. 작은 불안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커져만가고, 그 생각은 빠져 나올수 없는 소용돌이가 되어 에이자를 집어 삼키려고 하는 듯 하다.

"미워할 '나'조차 없어. 내 안을 들여다보면 진짜 '나'가 없어..........(생략)...........그 인형은 실체가 있지만 내 경우에는 실체가 없어. 그저 계속 작아질 뿐이야."   P267

에이자의 불안감은 이런 것이다. 이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런 감정을 누구나 느끼며 살지는 않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에이자를 100%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듯하다. 적어도 이 소설속에서는. 다만 같은 상실감을 겪은 데이비스는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거북이들만 존나 있는 거야, 홈지. 넌 맨 밑에 있는 거북이를 찾으려고 하지만 그런 건 없어. 왜냐하면 아래도 계속 거북이들이 있으니까." 나는 영적 깨달음에 가까운 무언가를 얻은 기분이었다.     P268

저런 불안감을 내비치는 에이자에게 친구데이지가 엄마에게 들었던 말을 전하며 해주는 말에 에이자가 조금은 한걸음 세상으로 걸어나올수 있는듯한 희망이 보였다. 그래, 삶은 언제 어디서나 계속되는 것이니 에이자도 그렇게 조금씩 성장을 하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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