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다

폭싹 속았수다 - 내 엄마의 삶도 빛났던 적이 있었을까?

카타리나39 2025. 3. 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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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되어버린 애순과 관식과 만나 그 푸르렀던 그때의 나이가 된 딸 금명. 하지만 삶은 여전히 퍽퍽하게 그들을 감싸고 있다. 그런 금명은 자신의 말이 엄마를 상처주고, 그 상처가 또다시 자신을 찌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를 상처입게 하는 말을 한다.

그리고 그 대화끝에 나온 애순의 말.

엄마는 엄마대로 행복했어. 엄마 인생도 나름 쨍쨍했어. 
그림같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다고.
그러니까 딸이 엄마 인생도 좀 인정해주라.

 

애순은 자신의 시절도 그림같은 순간이 존재했었음을 말한다. 

그 대화를 보는 순간 나는 문득 나를 돌아보기도 했지만 내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기억을 잃어가는 중인 내 엄마의 기억속에도 아름다운 시절이 존재했을까? 엄마의 인생도 나름 쨍쨍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존재했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 엄마는 힘든 시기에 결혼을 했다. 관식과 애순은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만나 사랑을 했고, 서로의 의지에 의해 만나 살았지만 내 엄마는 달랐다. 과거의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엄마가 가끔 하는 얘기속에서 엄마의 삶을 엿볼수 가 있었다. 

아마, 엄마의 삶은 애순의 삶처럼 그림같은 순간은 별로 없었을거 같다. 아니 꿈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많은것을 하고 싶어했던 10대 시절의 엄마의 삶은 그러지 않았을까? 꿈도 있었을테고 미래를 그리며 행복해 하던 시기도 있었을거 같다. 하지만 결혼은 그런 엄마의 미래를 바꿔놓았다. 

엄마는 삶에 그러 흐르는대로 흘러가는 지금보다 어렸던 나보다도 하고 싶은게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건이 그를 뒷받침해주지를 않았었다.

"시간있고, 돈만 있으면 세상 배울게 얼마나 많은데..."

항상 하시던 말씀이 그러했다. 시간있고 돈있으면 배우고 싶은게 많다고. 그럴 여유만 있다면 해보고 싶은게 많았을 엄마는 그러지 못한 가정환경속에서 또 그렇게 시간을 보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그런 환경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런 엄마와 나는 애뜻한 대화를 나눌만큼 또 다정한 딸은 되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자식들 모두가 다정함과는 거리가 먼 집안이기도 했다. 그 안에서 엄마는 외로웠겠지...쓸쓸하셨을거 같다. 

결혼후에 엄마는 애순처럼 그림같은 시간을 보낸적이 있었을까하는 의문은 그런것에서 오는 의문이었다. 다정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버지와 자식들속에서 엄마의 청춘은 그렇게 자식들 키우는것으로 흘러가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여유가 생겼을때는 자식들은 또 자기들 살기 바빠서 얼굴 보기가 힘들었을 것이고.

그래서인지 애순과 금명이의 대화를 듣는순간 문득 엄마의 삶도 빛나는 때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이 있는것은 아니다. 이 빛나는 순간은 남들이 보는 시선이 아닌 오로지 자신만의 시선에서 보는 순간이랄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여도 스스로에겐 빛나는 순간일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자신의 지나버린 시절이 빛났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 나또한 그렇다고.

내 엄마도 아마 그렇겠지. 지금의 나보다 더 그런 마음이겠지. 그래서인지 조금 서글프다. 아니 많이.

엄마도 나도 모든 시절을 빛나고 행복하고 싶었을텐데 어째서 삶은 이렇게 흘러와버린 걸까?

지금의 엄마는 힘겨웠던 과거를 지워가며 행복할까?

그걸 바라보는 나는 여전히 내가 먼저면서도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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