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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2024

나는 이별을 위해 홍콩으로 떠났다 - 1

by 카타리나39 2023.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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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든 떠나아만 했다.
그저 이 나라를 벗어나기만 하면 숨을 쉴 수 있을 거 같았다.
급하게 낸 연차휴가는 다행히 반려 없이 받아들여졌다. 무슨 일인가를 묻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여자의 얼굴을 보곤 그저 고개를 끄덕여준 상사가 고마웠다.
 
이른 아침의 인천공항은 활기가 가득 차 있다.
수속을 하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설렘은 사라지지 않고 공기 중을 떠돌아 여자에게도 다가왔지만 푸스스 물이 열에 의해 증발하듯 여자에게 닿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그 처음이 이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셀프 체크인 기계를 찾아 여권을 넣고, 자리를 확인하고 확인을 누르자 비행기 티켓이 여자의 손에 들어왔다. 짐을 부치기 위한 줄에 서서 대기를 하면서도 여자는 비행키 티켓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90시 30분 홍콩행!
 
어째서 홍콩이었을까?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떠나고 싶다. 떠나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알아봤을 때 바로 다음날 떠날 수 있는 곳이 이곳이었던거라고. 그냥 여자의 눈에 들어온 곳의 이름이 홍콩이었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그때는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짐을 부치고 출국 수속을 하는 길도 여전히 기다림의 연속이다. 평일의 아침이것만 떠나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았다. 생각해보니 여자는 언제나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다녔었다. 이렇게 남들 일하는 주중에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긴 출국장 길에 서서야 깨닫는다.

짐 검사를 마치고 자동출입국 줄에 서니 그때부터는 빠르게 줄이 줄어 들었다. 아니 기다릴 필요조차 없이 여자는 어느샌가 면세점이 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지금까지 사람과 길게 얘기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는 게 여자에겐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많은 면세점과 사람들의 모습이 여자의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여자는 비행기 티켓에 적혀있는 자신의 게이트를 확인하고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게이트 쪽을 향해 걸었다.

멍하니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를 바라봤다. 얼른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본다. 시계를 찾던 여자의 시야에 벽에 걸려있는 시계가 들어왔다. 아직도 남은 시간이 1시간이다. 떠나는 시간보다 떠날 때까지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그때서야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꺼내본다. 까만 화면을 보이고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여자는 그저 들여다 볼 뿐이다. 그 까만 화면을. 그러다 다시 여자의 시선은 창밖 비행기로 향했다.

‘와! 얼른 떠났으면 좋겠다. 너랑 처음 가는 여행이라 엄청 설레네.’

여자는 떠오르는 생각에 얼른 눈을 감았다.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마.’

애써 떠오르는 기억을 잊으려는 듯 고개를 흔든 여자가 다시 눈을 뜨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비행기들을 바라봤다.

주변에서 재잘 재잘 여행의 즐거움으로 떠들고 있는 소리들이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여자의 온몸으로 부딪쳐 온다. 즐거운 여행이라고. 그게 실제 몸에라도 닿은 듯 여자의 몸이 부르르 떨려오는 거 같았다.

하아,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오는 여자의 시선은 그래도 비행기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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