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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20. 1리터의 눈물, 그대는 위안을 얻을수도 있다

by 카타리나39 2010.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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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눈물불치병과싸우는소녀아야의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일본에세이
지은이 키토 아야 (이덴슬리벨,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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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녀가 있다. 열다섯의 어느날 몸의 이상을 느낀다. 그녀에게 내려진 병명은 척수소뇌변성증. 신경세포중 반사적으로 몸의 밸런스를 잡아주고 아주 빠르고 매끄러운 운동을 하는데 필요한 소뇌. 뇌간. 척수의 신경세포가 변화해서 마침내는 사라져 버리는 병이다. 그때부터 소녀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것은 단순히 소설이 아니고 일본에서 살았던 한 소녀에 대한 기록이다. 그녀의 이름은 아야다.

어느날 그렇게 찾아온 병마는 소녀의 모든 삶을, 꿈을 바꿔 놓는다. '선생님 부탁합니다. 꽃이라면 꽃봉오리인 아야의 인생. 망가지지 않도록 힘이 되어 주세요' 소녀는 기도한다. 병이 낫기를..그래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 꿈을 펼칠수 있기를...

소녀의 병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니던 아야는 양호학교(장애인학교)로 옮기고, 병원과 학교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다 졸업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후 병이 악화되자 병원에 입원하고 그렇게 10여년의 투병생활끝에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 사이 소녀는 끝임없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기록이 1리터의 눈물이다.

괜찮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넘어진 후에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봐. 파란 하늘이 오늘도 끝없이 펼쳐져 미소짓고 있잖아. 나는 살아있구나 (p88)

힘겨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아야의 모습이 담담하게 써내려가져 있다. 그 과정이 아닌 아야의 마음이 쓰여진 일기같은 내용이다.

책을 읽다 문득 생각해본다. 나는 이렇게 의젓할수 있나? 망설임없이 고개를 흔든다. 없을거 같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는것조차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하고 싶은것을, 내 의지대로 내몸을 움직일수 없다는것 혹은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는것 앞에서 아야처럼 의젓할 자신이 나는 절대 없다.

1리터의 눈물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진 꽤 유명한 실화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울었다는 평가가 굉장히 많은 책이기도 하다. 어린 소녀의 병상일기..그것 자체만으로도 슬픔을 안겨주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나는 꽤 무덤덤하게 책을 읽어내려갔다. 어째서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을까? 내가 이상한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무덤덤했다.

아야가 담담히 아니 조금은 힘들어하지만 예상외로 담담하게(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자신의 얘기를 써내려가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비록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았더라도 '건강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것은 사실이다. 하루 하루 건강하게 살아갈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렇기에 하루를 소중히 보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는 했다.

아야의 힘든 일상을 읽으며 나는 위안을 찾는다. 그래 나는 아프지는 않으니까하며 스스로의 삶을 위로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지금의 건강한 나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된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아야의 병이 조금 진행되었을때 아야의 엄마가 소녀에게 한 얘기에서도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알수가 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안돼. 나보다 훨씬 불행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걸 마음에 새겨둬라"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불치의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면서 한편으론 그래, 나는 건강해서 다행이야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남의 불행을 보며 나의 행복을 인식하는것이 인간인모양이다. 당신도 이 책을 읽다보면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것이다. 아! 나는 행복하구나...건강한게 제일이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내가 잠시 나의 행복을 인식했다고해서 그것을 언제나 잊지 않고 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루 혹은 며칠정도 지나면 지금의 내 생활이 너무 정체되어 있고, 남들보다 뒤쳐져 있는거같아 속상해질것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아닌 나보다 잘난 사람을 바라볼수 밖에 없기에...스스로의 현실에 만족하질 못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잊고 사는것이다.

그래도 문득 문득.....건강한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것은 잊지 말아야지...

 

* 무진장 슬프다 했는데, 눈물이 난다 했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나...너무 냉정한건가? ㅡㅡ;; 이걸 드라마로 한번 봐야겠다. 드라마도 이렇게 무덤덤한 마음으로 볼수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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