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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19. 동이보다 궁금한 그녀의 삶 '별궁의 노래'

by 카타리나39 2010.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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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의노래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역사/대하소설
지은이 김용상 (순,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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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이가 시작되면서 초반 살짝 관심을 가졌던것은 사실이다. 숙빈 최씨의 최후야 알고 있었지만 역사에 별 기록이 없었던 그 중간의 삶이 궁금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진행될수록 너무 뻔한 모습을 보였고 실제 역사와도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어 결국 나는 관심을 접었다.

내가 우리나라 역사속 인물중에 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몇있다. 포악한 왕으로 알려진 연산군과 비참하게 죽어간 사도세자 그리고 소현세자였다. 그리고 또 한명이 바로 소현세자의 빈인 강빈이다.

사실 동이의 나름 드라마틱한 삶보다 더 기구한 삶을 살았던것이 강빈이였다. 그녀는 세자빈이 되었지만 거의 8년여를 소현세자의 외면속에 살아야했다. 아이가 없었던 그 8년의 세월을 어찌 짐작할수 있을까? 후사없는 빈의 삶이란 하루 하루가 가시방석이였을것이다. 그리고 겨우 세손을 낳아 마음이 편안해질즈음 나라는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

병자호란에서 패한 조선은 16대 왕인 인조와 왕세자들이 청 황제에게 삼전도에서 바닥에 이마를 세번 부딪치는 패배의식을 갖고야 만다. 이것을 가르켜 삼전도의 굴욕이라했다. 그렇게 패한 조선은 어쩔수 없이 세자를 볼모를 청에 보내야했지만 국본인 세자를 보낼수 없던 조선에선 그 일로 많은 언쟁이 일어나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그때 그 험한 길을 자신을 대신해 다른이를 보낼수 없다하여 스스로 나선이가 소현세자였다. 그리하여 소현와 강빈 그리고 소현의 동생인 봉림대군과 그의 부인이 고국을 떠나 볼모 생활을 하게 된다. 그녀는 어린 세손을 떼어놓고 청으로 향해야했다.

그들은 9년여를 먼 이국땅에서 보낸다. 조선에선 알수 없었지만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겠지만 그들의 삶은 힘겹기만 했다. 청 조정은 조선과의 마찰이 있을때마다 왕세자 일행에게 압력을 가했고 조선과 청의 한가운데 낀 소현세자는 두 나라의 외교분쟁을 막기 위해 나름 힘겨운 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일반 빈들과는 다르게 전면에 소현세자의 빈인 강빈이 나서게 된다. 그녀는 조선시대의 여성상과는 조금 거리가 먼 행동을 보인다. 뒤에서 조용히 내조를 한것이 아니라 앞에 나서기 시작하여 직접 무역을 하기에까지 이른다. 소원했던 부부의 사이는 먼 이국땅에서의 외로움때문인지 여느 부부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된다. 서로에게 벗이자 조언자로써 앞으로의 변해야할 조선을 함께 꿈꾸며 그날을 위해 해야할 것들을 익히기 시작한 그들이다.

그들의 그런 행동이 인조에겐 왕권을 넘보는 꾀씸한 행위로 비춰진것은 역사의 슬픈 일이 아닐수 없다. 왕권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간 것이 아니였던 인조에겐 언제나 자신의 왕권을 누군가 넘볼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자신의 자식이라도 말이다. 소심하고 의심병(?)이 있었던 인조의 곁에는 미색으로 왕을 홀렸던 후궁이 있었고 그녀의 이간질로 인해 인조는 더더욱 세자 부부를 믿을수 없어 한 결과 비극이 생겨났다.

같은 조건에서 자라더라도 받아들이는것은 천지차이이듯 소현세자가 청에 맞설것이 아니라 청의 뛰어난 점을 받아들여 조선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것과는 다르게 봉림대군은 삼전도의 굴욕만을 잊지 못해 적대적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이 시각이 두 사람의 생을 바꾼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라의 국력을 키워 전쟁을 일으키는것이 먼저가 아니라 백성들을 배고프지 않게, 풍요롭게 살게하는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던 소현세자부부...그들은 청에서 전쟁을 지켜보며, 자신들의 고국에서 있었던 전쟁을 생각하며 전쟁이란 것은 절대 자신의 땅에서 일어나면 안된다는것을 알았을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 가장 피해보는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그들이 아니라 백성임을 절실히 깨달은 그들이였다.

강빈이 주목받는 점은 뛰어난 리더쉽을 발휘해 소현세자가 활동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는 점일 것이다. 앞날을 내다볼줄 알았고, 결단력이 있었던 그녀다. 볼모 생활이 힘겹고 궁안에 있었다면 하지 않아도 되었을 고생을 했지만 그녀는 더 넓은 세상을, 넓은 식견을 갖게 한 점에 대해서는 볼모생활에 고마움도 느꼈다.

그렇게 소현세자 부부는 부강한 조선을 꿈꾸며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드디어 돌아온 조선땅...9년만에 돌아온 고국은 예전 그들이 떠났던 그때의 조선이 아니였다. 마음 따뜻하게 그들을 안아주지 않았다.

결국 그 오랜 기다림끝에 돌아온 고국에서 소현세자는 자신의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3개월도 안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환영받지 못했던 세자는 끝내 그 죽음조차 초라하게 마무리된다.  세자가 떠나고 아무런 힘도 없던 강빈...아니 한가닥 희망이였던 아들의 세손 책봉은 물건너 가고 봉림대군이 세자의 자리를 이어받는다. 전례없는 일이였다. 그렇게 소현세자에게 닥쳤던 불행은 강빈에게까지 그 손을 뻗었고 그녀또한 짧은 생을 마감해야했다. 그녀가 죽는 그 순간까지 걱정했던 아들들도 결국 한명을 제외하곤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그들의 삶을 강빈을 위주로 풀어나간다. 그녀가 낯선 이국땅에서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 새롭게 다가왔던 조선과 다른 청의 발전된 모습들 그 속에서 느껴야 했던 절망, 아픔...서러움 그리고 소현세자와 함께 이루고자했던 새로운 조선의 모습

요즘 강빈에 대한 책을 여러권 접할수 있다. 하지만 강빈을 부각시키기 위함인지 책들속에 등장하는 소현세자는 유약한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과연 소현세자가 그랬을까? 아무리 강빈이 진취적인 여성이였다해도 소현세자가 그길을 막았다면 이룰수 없는 일이였다. 그럼에도 강빈의 기상에 눌려 약한 모습을 보이곤 하는 소현세자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리 유약한 세자는 아니였을것이다. 흠이라면 너무 효자였던것을 들어야할까?

강빈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현세자와 소현세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그의 모습에 약간의 거리감이 있는것은 소설상 어쩔수 없는 일인듯하다.  

나는 지금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는 동이의 삶보다 소현세자와 강빈의 삶이 더 보고싶다. 그들의 얘기도 언젠가 한번쯤은 드라마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들이 꿈꿨던 조선을 이뤄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간혹 들곤한다.

 

* 역사적인 얘기는 제 기억을 바탕으로 적었습니다. 당연히 틀릴수도 있습니다만 귀찮아서 찾아보는건 생략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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