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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71. 검은빛,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다

by 카타리나39 2010.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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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빛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미우라 시온 (은행나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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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그닥 맘에 드는 책은 아니다. 표지는 내용의 함축된 의미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걸 봐서는 대체 뭔지를 전혀 감도 못 잡겠다. 전혀 상관없는 것일까? 하긴 요즘은 그런 표지들도 꽤 많은듯하다.

미우라 시온이란 작가는 당연히 처음이다. 나오는 소설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는것을 보면 꽤 필력이 좋은 작가임에는 틀림없나보다. 나올때마다 글의 분위기가 틀려진다는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자신만의 분위기가 없다고 해야할까...아니면 능력있다고 해야할까? 다른 책을 읽어봐야 알수 있을듯하다.

쓰나미가 쓸고간 한 작은 섬...그곳에 살아남은 아이들 셋과 어른들...그리고 생겨난 살인사건과 그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가슴에 품은 상처때문인듯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그들..그리고 또다시 일어나는 사건...

자연의 폭력(?)앞엔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는 사람의 육체적 폭력앞에선 폭력으로 맞서 싸운다. 그로인해 그가 받은 것은 정신적 피해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함께(셋이 꼭 함께라고할수는 없지만) 겪은 그들은 또다시 앞을 보고 인생을 살아가야 했다. 그 폭력이 어떤 후유증을 그들에게 남겼을까?

그 사건들을 받아들이고, 그걸 헤치고 또 살아가는 그들의 방식은 각기 다 다르다. 아마 그 사건들이 서로에게 미친 영향이 다 달랐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였을지도 모른다. 한 사건앞에서도 서로의 입장이 틀릴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폭력은 폭력으로밖에 해결할수 밖에 없다 혹은 폭력은 언제나 그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이다...라는 말들이 나온다. 그럼 이 책은 폭력에 관점을 맞춰야 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나 또한 두번째 사건이 발생이 있기전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다. 어쩌면 폭력은 폭력으로만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노부유키의 생각에 조금은 동정을 해주며, 그럴수도 있지! 라고 말해줬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미카의 시선이 아닌 노부유키의 시선으로 봤을때는...하지만 두번째 사건으로 달려가면서 폭력보다는 사람의 집착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스쳤다.

영화 미져리나 올가미에서 보면 사랑이 큰 집착을 불러오고, 그 집착이 얼마나 커다란 폭력으로 발전하는지가 나온다. 이 책속의 미카에 대한 노부유키의 집착과 노부유키에 대한 알수없는 다스쿠의 집착이 묘하게 오싹함을 느끼게 하며 그 영화들을 떠올리게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에 대한 따스함이 아니라 그 광적인(?) 집착에 대한 두려움...

커다란 비밀을 안고 산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것과 같다. 비밀이란 아무리 덮고 덮어도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 보이게 되어 있다. 죽어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런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과연 진정한 행복을 누릴수 있을까?

비밀이 돌고 돌아 노부유키의 부인에게로 왔다. 그녀의 선택은 무엇이였을까? 그녀도 역시 삶에 대한, 지금 생활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의 선택을 한다. 그것또한 집착일수 밖에 없다. 행복하진 않아도 지금의 생활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마음엔 누구나 집착이란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작가가 생각한 검은 빛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진 검은 빛은 집착이란 단어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고슴도치는 찔리지 않을 만큼 멀고, 체온을 느낄 만큼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지낸다고 어딘가에서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적당한 거리는 언제나 필요한 법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해도 말이다.

오늘 난 사람사이의 적당한 거리가 얼마만큼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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