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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우리시대의 모습

by 카타리나39 201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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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기준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그래서 간혹 옛날이였으면 넌 미인축에도 못껴~라거나, 옛날에 태어났으면 내가 미인인데! 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말이다.

이쁜게 착한거고, 이쁜게 고마운것이고, 이쁜것이 경쟁력인 이 시대다. 그걸 누구도 부인할수 없고, 그걸 누구도 벗어날수 없는 기막힌 현실을 인정해야만 이 시대는 살아가기 편해진다.

신섹시한못난이9(완결)
카테고리 만화 > 순정만화
지은이 황미리 (삼양출판사(오영배),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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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리작가의 만화 [섹시한 못난이]라는 책이 있다. 현대 시대의 최고 섹시여배우(기억이 가물가물..)가 과거로 가게 된다. 그런데 거길 가보니 뚱뚱한 여자가 이쁜거란다. 그러니 이 시대의 섹시녀는 한순간에 못난이가 되어버렸다. 어이없어 아무리 자신이 예쁜것이다라고 말해도 다들 이해하지를 못한다. 조금은 황당한듯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미의 기준만 달랐을뿐 그 시대가 요구하는 미에 적합한 사람이 대우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예쁘고 멋진 사람이 나오길 바란다. 그렇게 나또한 어쩔수 없이 그런 시선을 가지고 현대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그것이 좀 심하다. 스포츠 기사에서도 얼짱을 찾고, 누구 누구와 결혼하는 뛰어난 미모의 신부라는 말은 아주 당연하게 나오는 말이다. 예뻐야 뭘 해도 시선을 더 끄는 세상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이 왜 나왔겠는가 ㅡㅡ;;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민규 (예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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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반적인 주인공이 등장하지않는 책이 있다. 간혹 평범한 여자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여기서 주인공인 여자는 엄청 못생겼다고 표현된다.

직원한명을 채용해도 키, 외모를 따지는 시대다. 그래서 성형천국이란 소리를 듣는 대한민국은 쉽게 바뀔거 같지는 않다. 용모단정이란 말은 예쁘다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표시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성형을 했다 말하는 연예인들을 당당하다~라고 표현해주기까지 하는데 뭘 바라겠는가...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가아니라 이뻐지기 위한 성형이 그리 당당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당당하단다....뭐 그런거다. 이쁘면 다 용서가 되는것이니까...

그런 시대에 맞춰 이 책의 여주인공은 살아가면서 많은 아픔을 가슴에 품으며 그 그늘속에 숨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니예요! 라는 말을 달고 사는 여자가 그래서 안쓰럽다. 아마 처음부터 그녀도 그렇지는 않았을것이다. 자신의 외모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안 순간부터 그녀는 자신안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며 조용히 살아가기 시작했을것이다.

그런데 난 이상하게 나와 여주인공보다 요한이 더 신경쓰였다. 아무렇지 않은척, 세상을 달관한척 하지만 아픔을 가슴에 품은 그가 사실 더 안쓰럽고 걱정되었던것이 사실이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밝게 보이는 사람은 더 아슬아슬한 법이다. 요한이 더 신경쓰인 이유는 못생긴 여주인공 옆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었지만 요한은 혼자였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남.여가 자신들의 문제에 빠져있을때는 '요한도 좀 돌아봐줘!' 라고 속으로 중얼거릴정도였다. 그가 외롭다고 자신을 봐달라고 하는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안쓰러움은 나와 그녀와 요한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정도 수그러들었다. 아...이런거였구나!! 하지만 이런 반전은 씁쓸하다. 그냥 차라리 외로운 요한이 남겨두지..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책을 덮으며 그래..세상은 각자의 입장을 조금만 더 이해해준다면, 다양성도 포용할수 있다면 훨씬 살기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나 미라는 기준을 만들어놓지 않는 세상은 없다. 그래서일까...'내가 못생겨도....날 사랑해 줄수 있나요?' 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한 작가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란것에 동의할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못생긴 사람이 살아가기엔 힘겨울지 모른다. 그러나 사랑은 꼭 그런 일반적인 시선을 쫓지는 않는다. 사랑은 제눈의 안경이고, 짚신도 제짝이 있듯이 사람은 대부분 사랑받고, 사랑하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한가지 처음 읽을때부터 마음에 걸린 부분은 있었다. 내가(남자주인공) 아름다운 어머니, 잘생긴 아버지밑에서 평범하게 행복한 삶을 살았다면 나는 그녀를 사랑할수 있었을까?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잊었다고 했지만 아버지의 배신이 하나의 그늘이 되었던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때문에 그녀에게 시선이 간것이 아닐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평범한 삶의 그였다면 그의 시선도 역시 평범한 사람의 시선을 쫓았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외모를 쫓는...아니 예쁜 외모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평범한 외모를 찾는 다른사람들과 같은 시선을...그래서 그런 삶의 그였다면 그녀를 사랑했을지는 미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함과 못생겼다는 확실하게 다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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