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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by 카타리나39 201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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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기적살아갈기적장영희에세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장영희 (샘터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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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영미디어문 전공 교수, 번역가,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다 2009년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제목에 이끌려 구입했다고 말해야 정확할 것이다.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장영희 교수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서강대 교수였고, 다리가 불편했으며, 암투병을 했었다는것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것도 다 어디선가 주워들었을뿐이다. 그러니 그녀의 글을 읽어본적이 있을리 없다.  

제목인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김종삼 시인의 어부라는 시에서 나오는 말이였다. 책에 실린 어부라는 시는 이렇다.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 날마다 출렁니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사노라면 / 많은 기쁨이 있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왠지 뭔가 모르게 힘이 나게 하는 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다보면 그런 지루하리만치 평범한 삶에서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기란 쉽지가 않다.

'지루하다'..'뭔가 새로운 일이 없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것이 일반적이다. 다들 평범한 삶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자신의 그런 일상을 고마워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대부분의 우리는 알고는 있지만 매일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가지는 못한다.

내 지루한 하루가, 그렇게도 평범하기만한 하루가 눈물나도록 그립고 소중할때는 그 평범한 하루조차 누리지 못할때가 대부분이다. 그녀가 투병중에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가는것을 희망했듯이..그런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을 부러워했듯이 말이다.

병원에 하루만 가서 있어보면 알수가 있다고 했다. 건강한 몸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기적적인 일인지, 얼마나 감사해야할 일인지...하지만 그것을 느꼈다고 해도 막상 병원을 나서면 그때부터는 자신보다 더 높은곳에 있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날이 기적이라고, 그런 기적같은 삶을 살아온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은것은 사실이다. 내가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이 남들에게는 어떻게 비치더라고 최소한 나 자신에게는 기적같은 날들이였다고 말할수 있는 삶을...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기적같은 삶을 살아왔다 말할수 없는 기분이니 어쩌겠는가 ㅜㅜ

 

제목은 근사했으나 내용은 평범한 날들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평범한 일들을 읽는것에 있어서도 별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지도... 뭔가 극적인것을 찾고 있는것일까? 역시 난 에세이를 읽을 타입의 인간은 아닌 모양이다 ㅜㅜ

하지만 간혹 생각해본다. 내가 하루 하루 나의 일상을 기록한다면 과연 어떤 글을 적어내려갈수 있을까?하고...역시 매일 매일 '짜증난다' 라거나, '지루하다' 라거나, '힘들다' 로 채워질듯한 기분이 든다. 올 한해는 행복하다....행복하다.....라고 세뇌라도 시켜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이 책을 읽으며 해본다.

사실 그녀의 습관성(?) 늦음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졌다는것이 신기할 따름이였던 책이였다. 그녀는 그 습관성 늦음에 대해 그닥 부끄러워하지도 않은듯했고, 그걸 고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없었던듯하다. 그런 그녀의 삶은 어쩌면 그녀 자신에게만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책속의 말중에서 유난히 내 머리에 남았던 ....

* 안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하는게 낫다

*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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