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이야기/비밀다락방

데스노트

by 카타리나39 2012. 1. 31.
반응형


데스노트
감독 카네코 슈스케 (2006 / 일본)
출연 후지와라 타츠야,마츠야마 켄이치
상세보기


나는 이런일을 당해야할 이유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이유가 없다.

나는 아주 착한 아이는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아이도 아니다. 용돈이 모자라 준비물을 핑계로 엄마에게 돈을 받아 쓴적이 몇번 있었다. 그것이 그렇게 큰 죄였던걸까?

"야, 너 무슨 생각해?"

친구의 말소리에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 친구들이 자신을 쳐다본다. 나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아무일도 아니라며

"너 요즘 이상하다"

"내...내가 뭘?"

"요즘 자주 멍하게 있잖아. 무슨 고민있어? 어디 아픈것도 같고...괜찮아?"

그랬던가? 멍하니 있었다고. 아니 멍하니 있었던게 아냐. 나는 지금 고민을 하고 있는거라고. 아주 아주 심각하게..하지만 나는 친구에게 별일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저확히 한달전 아니 29일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날을 정확히 기억한다. 친구들과 함께 [데스노트]라는 영화는 본 날이다.

'야, 저런 노트가 있다면 좋을거같지 않냐?'

'좋긴, 무섭지. 진짜 영화처럼 될수도 있잖아'

친구들은 이런 저런 의견들을 내놨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사실 있는게 좋은지 나쁜지 알도리가 없었기때문이다. 한편으론 괜찮을거 같지만 또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다. 세상은 그냥 지금처럼 흘러가는게 맞는것이 아닐까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건 영화잖아. 뭐 그런게 있겠어? 그리고 난 있어도 못할거같다'

'왜?'

'영화속 그 사람처럼 변해가면 어쩌냐?'

한 친구가 그리 말했다. 한명의 이름을 적기 시작하면 아마 그리 될수도 있지 않겠냐고. 다들 잠시 할말을 잃었다가 까르르 웃으며 영환데 우리 너무 심각하다고 투덜거렸다.

'그래 영화일뿐이지. 현실에 그런게 있을리가 있냐'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던 길......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나는 영화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 맞다. 길에 떨어진 노트를 하나 발견했던것이다. 거창하게도 데스노트라는 이름이 적혀있는 노트를 말이다.

정말 무심결이였다. 아무 생각없이 그 노트를 주워들었다. 평상시엔 길에 떨어져있는것이 돈이라면 모를까 별 관심도 없던내가 왜 그것을 주었을까. 그건 지금도 의문이다. 누군가의 장난이겠거니 했다. 그래서 그걸 들고 집으로 돌아와 책상위에 던져놓고도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씻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서야 그 노트가 다시 생각이 났다. 잠을 자려던 나는 다시 일어나 노트의 겉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검은색 노트에 흰색 글씨는 좀 촌스럽지 않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영화속 노트랑 꽤 닮아있었다. 천천히 첫장을 넘겨보았다.

'누군지 정성도 뻗쳤다'

정말 첫장을 넘기고 느낀것은 그것이였다. 영화처럼 아주 상세하게 그러나 영화와는 다르게 한글로 쓰여져 있는 데스노트에 관한 내용은 영화가 다를게 없었다. 할일없는 사람이 그리도 많나?라는 생각을 하며 노트를 덮으려는 순간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문구 하나를 발견했다.

- 30일안에 한사람의 이름도 적지 않으면 가장 가까운 누군가의 생명이 사라질것이다 -

아무리 농담이라고해도 이렇게 기분나쁜 문구는 싫었다. 나는 그대로 노트를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당연히 잊었다. 다음날 저녁때까지는...

"엄마, 이거 뭐야?"

또다시 자신의 책상위에 올려 놓여있는 노트를 발견하고 놀란 나는 급하게 엄마게에 물었다.

"왜 새 노트를 버려? 얘가 돈 아까운줄을 몰라"

나는 내손에 들린 노트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가 이걸 발견했다면 뭐냐고 묻는것이 먼저일텐데 엄마는 새 노트를 왜 버리냐는 구박만 늘어놓았다. 왠지 그날 기분이 찜찜했다. 뭔가 기분나쁜 무언가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듯한 기분...

그것은 그후로 며칠동안 여실히 증명이 되었다. 노트를 집에서 버리지 못한 나는 아파트를 나서며 쓰레기통에 버렸다. 하지만 그날 저녁 노트는 다시 나의 책상위에 올려져 있었다. 엄마는 모른다는 대답뿐이다. 그런일이 계속 반복되었다. 어디에 버려도 노트는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태워버리자 결심을 하고 부모님이 안계실때 가스불을 켜서 노트를 가져다 댔지만 노트는 불이 붙지 않았다.

"아악!!!!!! 이게 뭐야......"

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누구하고도 의논조차 할수 없었다. 어찌해야하는지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누군가의 장난이 아닐까? 그래, 그럴거야...'

그렇게 치부하려했지만 상황은 그럴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은 그 노트가 내손에 들어오고 29일째의 날이였다. 내일이다. 내일 아침이면....내일 아침이면...

자정을 몇분 남기고....나는 노트를 펼쳐놓았다. 누군가의 장난이라면 좋겠지. 그랬으면..그랬으면..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어느새 내 손은 볼펜을 손에 쥐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이...가장 가까운 이...내게 가장 가까운 이는 내 부모님...부모님의 생명을 두고..그냥 무시할수는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천천히 그 안에 한명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윤지희........

그 이름이 번진다. 나는 손을 들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버렸다. 어쩔수 없다.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손을 들어 내 눈물이 묻어있는 이름위를 손으로 쓸었다.

'잘한거야...그래 잘한거야....'

눈물은 닦아도 닦아도 쉬지 않고 흘러내린다. 하아, 한숨을 내어쉬고는 얼른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 그것을 책상위에 놓았던 나는 다시 노트를 손에 들고 창가로 다가갔다. 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날씨 참 좋네...별도 많이 뜨고...'

나는 잠시 그렇게 서서 창밖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이제 금방 자정이 된다. 있는 힘껏 팔에 힘을 주고는 노트를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사라져버려. 사라져버려. 다시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말고...제발 사라져버려'

나는 내 할일을 다한 느낌이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는 눈을 감았다. 불을 꺼야하는데 귀찮았다. 하루쯤 불을 끄지 않고 잔다해서 세상이 무너지는것도 아닌데 뭐. 그리 스스로를 위로하며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잠으로 빠져들려는 마지막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야하는데 떠지지가 않았다.

 

 

 

"지희야! 얘가 불도 안끄고 자네"

딸깍!......어둠이 방안을 지배한다.......


 


 

오랫만에 글 하나 남기네요 ㅎㅎㅎ

버스를 타고 오다 생각난거라...좀 엉성한 자작소설입니다.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신다면 감사 감사

반응형

'지난 이야기 > 비밀다락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가 든다는건...  (0) 2020.11.11
끝, 사랑을 보다  (14) 201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