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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비밀다락방

끝, 사랑을 보다

by 카타리나39 2012.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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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구나!"

"올...꺼지?"

"..........응"

 

대답을 하는 지윤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담담하게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우리 결혼하자'

그의 말에 고개를 흔든것은 자신이였다. 그는 어째서냐고 묻지 않고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기만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고개가 끄덕여지는것을 본 순간부터 가슴속에 후회라는 놈이 자리를 잡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잘.....살아"

"...........응"

지윤은 묻고 싶었다. 왜 그때 이유를 묻지 않았는지. 어째서 한번더 물어보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우리 결혼하기로했다'

그리고 얼마후 대학동창모임에서 그가 그런 선언을 해버렸다. 친구들은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그의 곁에 서 있는 연희보다 지윤에게 먼저 시선을 던졌다. 놀란 표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잠시 할말을 잃었던 지윤은 친구들의 시선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제일먼저 축하의 인사를 건넬수 밖에 없었다. 그의 옆에서 수줍은듯 웃고 있는 연희와 시선을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나는 너랑......재민이 ....둘만 있는거 싫어. 앞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린 그냥 친구인데...마음속으론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지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그와 자신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연희가 싫다고 한다. 그의 결혼이, 아니 연희의 그 말이 이제 그와 자신은 우정이란 이름으로도 함께 할수 없다는것을 느끼게 했다. 겨우 어제 그런말을 들어놓고 지금 나는 그와 단둘이 마주보며 앉아 있다.

'잠깐 볼래?'

친구들과 있지 않고 자신에게 연락을 해온 그에게 차마 안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째서 그의 결혼하자는 말에 고개를 흔들었던것일까...

너무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다. 너무도 편했고,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자리. 그곳에 그가 서 있었다. 그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고 그렇게 믿었었다. 사랑은 그런것이 아니라고...그런데 그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부터 들기 시작한 후회란 놈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크게 자리를 잡았다. 불안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자신에게 청혼했던 사실이 없었다는듯이 행동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그렇게.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곁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것일까? 그의 그런 행동은 그때 들었던 후회라는 감정이 왜 들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영원히 그렇게 자신곁에 있을줄 알았다.

그때 한번더 물었더라면...아니 나중에라도 한번만 더 물어봤더라면...

연희의 말에 그와의 모든 끈을 놓아야한다는 사실에 직면했을때에야 커져버린 후회의 감정이 무엇때문인지  정확하게 정의내릴수 있었다.

사랑하고 있었다. 사랑한다......사랑한다....그것이 사랑인줄 몰랐다...

"그만 일어나자"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천천히 그를 따라 일어서며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더 일찍 그에 대한 마음이 무엇인지 깨달았더라면 좋았을껄...그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골목길을 걸어 올라갔다. 평상시엔 장난치고 수다떨며 걸었던 공간이 너무도 무겁게 두 사람 주위를 내리 누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걸은 길이것만 그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조심해서 들어가"

그가 인사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가 내민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했다. 저손을 잡으면, 이제 끝인가? 정말 끝인건가..하는 생각이 들자 선뜻 손을 내밀수가 없었다. 그런 자신을 그가 잠시 바라보다 손을 거둬들였다.

그가 돌아서서 가버린다.

1초, 2초, 3초..............10초가 되어도 그는 돌아보지 않는다. 항상 저만쯤에서 몸을 돌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던 그가 멈추지도 않고 걸어간다. 그가 한걸음씩 내딛을때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나는 너를....그것은 생각과는 상관이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를 향해 뛰었다.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그가 멈칫 멈춰섰지만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뒤에서 그를 안았다. 차마 얼굴을 마주보고 말할수는 없었다.

"어째서.....어째서 묻지 않았던거야? 왜냐고? 왜냐고 물어봤으면 좋았잖아. 한번만.....한번만 더 물어보지. 왜.....왜???"

나의 눈물이 그의 등을 적신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서는 아니였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 감정을 정확하게 입밖에 내어놓지를 못했다. 스르륵 그를 안고 있던 손이 풀렸다.

 

 

'우리 결혼하자'

그말을 꺼내면서도 나는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할지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예상과 조금도 비켜가지 않는 반응을 하는 그녀였다. 자신을 향한 그녀의 마음이 무엇인지 항상 불안했다.

'니들은 뭐냐? 우정도 아니고...사랑도 아니고...참 애매하단 말이야'

친구들이 그렇게 말했을때 왜 사랑이 아닌거같냐고 물었었다. 그때 친구들이 들려준 대답은 똑같았다.

'뭐랄까...우정이라하기엔 과해보이는데 사랑이라고 보기엔 좀 부족해 보인달까...'

자신은 당연히 그녀와 결혼을 생각했다. 그녀또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거라 믿었던 감정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결혼하자는 말에 고개를 흔드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아, 역시..넌 아니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난 너 사랑하는데....넌 아니였던거야? 그랬던거야?'

그렇게 따져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간 정말 그녀와는 영원이 안녕을 고해야 할거같았기때문에 그럴수가 없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라도 그녀곁에 남아있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잘못된 결정이였던것일까?

'널.......사랑해!'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연희를 받아들였을때 여자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평생 묻어버리자 다짐을 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두자고...

자신을 안고 있던 손이 스르륵 풀려갔다.

나는.....더 이상 생각이란것이 이어지지가 않았다. 여자의 손을 붙잡았다. 떨리는 손이 손안에 들어왔다.

'우린.......어찌해야 할까....우린......'

잡을 손을 놓지 않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 이 두사람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ㅎㅎ

이것의 다른 버전은......오랜 시간 함께해온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상황(?)에 밀려 결혼을 먼저 해버린 두사람 얘기가 있을수 있겠는데...그건 쓰는게 귀찮아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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