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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곳에서 정년까지 일할거라 믿었다. 왜?

by 카타리나39 2024.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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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당연히 아무런 일 없이 이곳에서 정년을 맞이할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유?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딱히 복지가 엄청난 회사도, 급여가 월등히 높은 회사도 아니었고 초반엔 사람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또 너무 불합리하거나 한 상황을 맞이한적 없었기에 이직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오래 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생기기 마련이다. 나또한 몇년 전까지는 그랬던듯 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내가 왜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며 안주하고 살았나 스스로가 미련하단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회사에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는 꾸준히 매출을 올리던 회사를 주춤하게 만들었고, 이익을 보던 회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인원들을 모두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었고 자진퇴사(명예퇴직이라는 거창한 이름은 아니다)자를 받았고 몇개월치의 급여를 주고 인원감축을 했다. 하지만 한번 나빠진 회사는 정상화로 돌아오기가 힘들었다. 

회사들은 사정이 어려워지면 제일먼저 직원의 급여에 손을 댄다는 말이 있다. 그것도 안되면 직원수를 줄이는 방법을 쓴다. 특히나 중소기업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고, 우리 회사도 중소기업 아니 소기업이기때문에 더욱 그럴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회사에서 가장 먼저 나가줬으면 하는 사람들은 갓 들어온 신입이 아닌 오랜 시간 회사를 위해 일한 장기근속자가 되어버린다. 그들이 급여가 높으니까 회사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들은 하루아침에 황당한 일을 겪게되는 것이다. 

20-30대는 이직이 쉽다. 40대도 여력이 있다. 하지만 40대를 넘어 50대가 되어버리면 이직이란 하늘에 별따기다. 눈을 낮춰도 어려운게 50-60대의 취업인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나가달라 눈치주는 직원들의 나이가 그런 나이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그 직원들 입장에선 회사가 원망스러울수 밖에 없다.
나는 그런 일들을 코로나 이후 몇번이나 지켜봤다. 어쩔수 없다는 회사측의 말도 이해가 가고, 서운하다는 직원의 말도 이해가 갔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나또한 일개 직원이니 당연히 서운한 직원쪽 말에 더 마음이 쓰인것은 사실이지만 어쩌겠는가 회사가 그렇다는데...

그리고 지금 어쩌면 나또한 그런 상황에 놓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억울함?
서러움?
두려움?
어떤 감정이 드는지는 모르겠다. 여태껏 노력해서 일해왔는데 1년 들어온 사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제와서 또 취업을 할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그냥 나이만 먹은 자신에게 서러움이 들기도 한다. 점점 떨어져가던 회사에 대한 애정이 뚝!!! 곤두박질 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더 나은 나를 위해, 해보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과감하게 옮기고, 배우고, 도전했어야 했던 시기를 그냥 익숙함에 빠져 시간을 흘려보낸 내 자신을 가장 원망하게  된다.

지금 사람들은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없다고 하지만 내가 취업하던 시기에는 대부분 들어간 직장을 평생직장이라 생각하며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나또한 자연스럽게 그리 생각했던 영향이 큰 거다..라며 스스로 위로를 해보지만 ...

뒤늦게 닥쳐서야 고민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할까? 

직장이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해도 결국 나는 그 회사가 돌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아무나로도 교체 가능한 소모품일뿐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시작하는것이 내 자신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 나는 그걸 몰랐고 그래서 이제서야 뒤늦게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려 하지만 참 어렵다. 그래도 또다시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대로 흘러간다면 이번엔 괜찮아도 다음엔 무슨 일이 내게 닥칠지 모르는 일이겠지. 

그래서 요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백세시대를 살아야 하는 이 시대에 정년이 문제가 아닌 이 시대에 나는 대체 뭘하면서 평생 살아야하는것일까에 대해서.

그리고 어떤것이든 새롭게 시작할수 있는 용기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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