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다.....[형용사]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 라고...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아르테 |
쉰네 살 수위 아줌마와 열두 살 천재소녀의 감동 어린 만남! 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이 한줄에서 어떤 스토리로 갈지 나는 일반적인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내 세계관을 완전히 바꾸고 있어요" 라고 시작되는 이 글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진행을 보여줬다.
사실 이 한줄의 시작을 보고 작가의 프로필을 볼수밖에 없었다. 철학선생...철학선생..철학선생..그 단어만이 눈에 들어왔다.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시당초 나는 철학엔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였으니까...역시나 그 생각이 맞다는 듯이 책은 어렵게만 다가왔다.
'모...모르는 단어 투성이야'
책을 덮고 싶어지는 기분을 누르며 '그래, 까짓거 이런거는 무시하자. 무시해!' 그렇게 쿨하게 단어들은 무시하며 단순하게 르네와 팔로마의 얘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랬기에 끝까지 읽을수 있었던 책일지도 모른다.
평범보다는 조금 위인 삶을 살며 인생에 별 고통을 느껴보지 못한 열두살의 팔로마는 자신의 뛰어난 지적능력탓인지 세상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자살을 하리라 결심을 한다.
못생기고 오동통한 수위인 르네는 세상사람들이 믿는 범위내에서의 수위의 모습으로 살아가려한다. 스스로가 관심있어하는 문학이나 예술에 대한 지식은 감추며 조금은 멍청한(?)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라며 남과는 엮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렇게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속에서 살아가려하고, 죽어가려했던 그들...
그러나 생은 언제나 예측불허라고 했다. 그래서 의미를 갖는다고...르네와 팔로마에게도 원했던 방향으로 삶은 흘러가지 않았다. 팔로마와 르네의 본질을 바로 깨달아버린 가쿠로때문에 그들은 서로에게 다가서게 된다. 교차점없어 보였던(같은 아파트에 단지에 살지만) 그들이 진정한 마음을 나누게 되는....얼마나 감동적이란 말인가!!!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ㅡㅡ;;
팔로마가 본 르네는 우아한 고슴도치의 모습이라했다. 고슴도치와 우아함이 어울리지 않는듯한 기분이 드는것은 어쩔수 없다. 그런데 왜 하필 고슴도치였을까?
나는 솔직히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까지 감추려하는 르네를 이해할수 없었다. 누군가가 수위의 모습은 이래야하니까.....르네 당신도 그렇게 해줘요! 하고 말한것은 아니다. 그저 남들이 수위에게 바라는 모습일꺼라 짐작하며 스스로가 만들어낸 모습이다.
또한 팔로마의 경우도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왜 자신의 지적수준을 감추려했을까? 단지 귀찮아지기 싫어서? 그래 그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자신과 지적수준이 다르게 느껴진다해서 자신의 가족과도 대화를 잘 하지 않는 팔로마를 어떤식으로 이해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우아한 고슴도치란 말은 팔로마가 본 르네의 모습이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르네와 팔로마는 둘다 고슴도치였다. 우아함이 붙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커다랗고 따가운 가시로 무장해서 남들의 접근을 막아, 소통을 차단해버린 그들. 적정선 이상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은 딱 고슴도치 모습이다. 그런데 어째서 둘은(정확히는 가쿠로까지 셋이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와 다르게 급격하게 친해질수 있었을까? 그것은 우습게도 서로 감추려 급급했던 지적수준때문이였다. 서로 대화가 통한다는 그 이유로...
결국 사람사이의 진실한 소통이란것은 지적수준이 맞아야하는 것일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것에 관심이 있을리도 없다. 그렇기에 모두 같은 부분에서 같은 지적 수준을 요할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어쩌면 그것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스스로 다른이들의 관심을 차단시켰다. 지적수준이란 잣대를 세워놓고...조금은 한심하단 생각이 든다.
르네는 자신몸에 난 가시가 사람들과의 거리를 만들었다는것을 알았을까? 친구는 한명만 사귀세요! 라는 문장이 나오는걸로 봐서는 르네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는, 자신과 지적수준이 맞는 단 한명의 친구만을 절실히 원했던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평생 홀로 고독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일생에 딱 한명? 정말 딱 한명 마음을 나눌이가 있으면 되는건가? 하긴 평생을 가는 우정이란 어쩌면 쉬이 존재할수 없으니 딱 한명의 그런 친구가 있다는것은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바램은 욕심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문득 나도 혹시 고슴도치가 되어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해버리고 있는것은 아닐까? 비록 지적수준이란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적당히 내보이고, 적당히 들여다보는 선에서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가는...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어쩌면 그렇게 가슴에 고슴도치를 품고사는지도 모른다. 그 가시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르네와 팔로마는 고슴도치인 모습으로는 행복하지 않았을테지만 오늘도 많은 고슴도치들은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중인지도 모른다.
* 시간이 지나 다시 읽는다면 지금과는 다른 마음을 갖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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