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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29. 한편의 연극을 보는듯한 책 '백야'

by 카타리나39 2010.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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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의 약속시간보다 일찍 장소에 도착해 버린 나...나는 이럴때 주로 근처의 서점을 찾아 들어가곤 한다. 그러면 기다림의 시간은 훌쩍 흘러가버리니까...

서점은 한산했고 나는 여유를 부리며 책을 둘러봤다. 훔..이게 베스트 셀러군! 하지만 나는 베스트 셀러에 그닥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니 내 시선을 끌만한 것이 없나하고 넓은 서점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눈에 뛴 책

백야
카테고리 소설 > 러시아소설
지은이 도스토예프스키 (꿈꾸는아이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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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에서 시선을 잡았고(가끔 이렇게 제목때문에 책을 집어든다) 또한 책 사이즈가 작다는것이 한몫했다. 어차피 친구를 기다리며 읽은 책이니 들고 다니기에 편해야했다.

그렇게 제목과 사이즈로 나의 선택을 받은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도...도스토예프스키? 이..이사람 유명한 사람이잖아!! 악...이거 어쩌나...하고 잠시 망설였다

이상하게 세계적인 문호라던가 명작이라던가 하는것에는 뭐랄까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백야속 나스첸카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당신의 이야기는 참으로 훌륭해요. 하지만 그렇게 복잡하게 말하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해주실 수는 없나요?" p41

왠지 이상하게도 쉬운 얘기도 어렵게 써내는 특징들이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나는 완전히 단순한 인간이기에 ㅡㅡ;; 훌륭한 얘기임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너무 어려우면 쉬이 접근하지 못하는 나만의 심리가 작용한다.

그래도 들고다니면 뭔가 있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ㅋㅋㅋ 개뿔 있어보이긴

 

몽상가인 그가 어느날 우연찮게 나스첸카란 소녀를 만나면서 몽상속에서 걸어나와 그녀를 사랑하고, 또한 그녀의 사랑을 찾아주는(?) 내용이랄수 있는 책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여전히 몽상속에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함께한 시간은 네번의 밤과 한번의 아침이다.

번째 밤에 그들은 만나 잠깐의 얘기를 나누지만 이름도 모르고 헤어진다. 번재 밤에 나스첸카의 이름을 알고 서로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된다. 번째 밤에 나스첸카의 사랑을 찾기 위한 노력을 얘기한다. 번째 밤에 서로의 사랑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 네번째 밤이 끝나고 맞은 아침...'무릎을 꿇고 당신께 용서를 구합니다'로 시작되는 나스첸카의 편지를 받는다.

몽상속에 살았던 그가 어째서 나스첸카를 사랑하게 된것일까? 그저 그녀는 어두운 밤에 홀로 자신의 삶과 사랑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나가는 남자의 희롱을 받을뻔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나스첸카에게 운명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자신과 닮은 향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현재의 내가 싫을때, 혹은 현재에게 벗어나고 싶을때 상상을 하게 된다. 그 상상안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고, 내가 원하는 모든것이 이뤄지는 세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은 누구도 그 세계에서 빠져나올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살아야하니가...그런데 몽상속에서만 살던 사람이 현실에 발을 딛었을때 과연 그것을 견뎌낼수 있을까?

몽상속에서도 행복했던 그가 나스첸카를 만나 더 행복해지길 바랬지만 그를 사랑하면서도 또다른 누군가를 사랑할수 밖에 없는 나스첸카...뭐..뭐야 나스첸카 이기적이잖아 하지만 그런 그녀라도 그는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스첸카 부러워 ㅡㅡ;;)

내용이 감동적이라고는 말할수는 없겠다. 하지만 적어도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해준 책임에는 분명하다. 아, 이렇게 연극같은 분위기를 내는 책도 있구나! 하는...특별히 배경이 바뀌는것도 아니고 주인공들이 많은 움직임을 보이는것도 아니고...그들이 관객을 앞에두고 벤치에 앉아 서로의 얘기를 주고받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상상해 낼수 있다. 

다만, 나에겐 약간 지루한 연극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했다는게 문제다. 아, 역시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였어 ㅠㅠ

 

"사랑은 환각이며 몽상이며 신기루 같은것이다. 연인들이 헤어지는 이유가 불타는 사랑때문인 것을 당신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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