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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28. 흔들리는 다리위, 관계도 흔들린다 '유레루'

by 카타리나39 2010.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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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루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드라마/영화소설
지은이 니시카와 미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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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무엇이였을까? 푸른 숲이 맘에 들어서? 그것도 아니면 저 다리가 맘에 들어서였나? 잘 모르겠다. 그저 제목이 맘에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유레루는 '흔들리다'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이다....이미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나왔던 소설이다.  

흔들리는 다리 위, 그들의 관계도 흔들린다

고향을 떠나 사진작가로 성공한 동생 다케루와 고향에 남아 아버지를 모시며 가업을 잇는 형 미노루 그리고 동생의 옛 연인이자 형의 짝사랑의 상대인 치에코...어머니의 기일에 맞춰 고향에 내려온 다케루와 함께 셋은 계곡을 가게되고 그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치에코가 떨어져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다리 아래서 그걸 지켜봤던 동생, 그녀를 잡아주려는것 같기도 하고, 밀어버린거 같기도 한 형...무엇이 진실인지 알수없는 가운데 형이 경찰의 지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동생은 형의 무죄를 믿는다며 그것은 사고였을뿐이라 증언을 한다. 그러나...시간이 흐를수록 동생의 믿음은 흔들린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도 흔들렸다.

사실을 이야기하겠다. 내 동생이 나의 무죄를 믿고 있지 않다는 것, 이게 사실이다. 그 다리 위에서 동생이 나를 힘껏 껴안아 주었을 때 난 알았다. '아, 이 아이는 살인자의 동생이 되고 싶지 않은 거구나'하고. 단지 그것뿐이다 p 217 (미노루)

그저 진실과는 상관없이 살인자의 동생이 되고 싶지 않았던 다케루, 문득 이 부분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살인자의 동생으로 살아간다는것이 어떤것인지를 보여줬던..그랬기에 다케루의 그런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미노루와 다케루, 그들의 평온해 보이는 관계속에는 말하지 못한 질투와 동경, 분노와 같은 감정들이 숨어 있었다. 그것이 단지 치에코의 사망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수면위로 올라왔을 뿐이다.

가족이라는것은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다. 그들이 평상시에 대화가 많은 형제간이였다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그들은 그 흔들리는 다리를 무사히 건널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상처받은 마음을 보이기 싫어 감추고 뒤돌아버린 관계에서는 전폭적인 믿음과 이해를 바라기는 어렵다. 가족은 가깝기에 소홀할수 있고, 가깝기에 더 멀어질수도 있는 관계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음속의 말을 눌러버린다. 서로 상처주기 싫어서...그렇게 눌러버리며 덮어버린 마음안에서 상처는 곪아가기도 한다. 터뜨려 쏟아내야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모른척 외면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족은 울타리이자 족쇄가 될수도 있다.

뒤늦게 알아버린 진실. 상처는 상처가 생겼을때 바로 치료해야한다. 상처가 커지고 커져 곪아버린 후에는 아무리 치료를 해도 흉터가 남을수 밖에 없다. 형제간의 우애도 가족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너무 늦게 내민 손길엔 누구도 선뜻 손을 맞잡아 주지 못한다. 그 흉터가 사라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것일까...

믿는다는것은 무엇일까? 믿음을 받는다는것...가족이라는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진실이 무엇인지 알수없을때조차 누군가를 한치의 의심없이 믿을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있게 그게 가능하다 말할수 있을까?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미디 프로의 코너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각자의 삶이 너무 바빠 가족이 함께 밥먹을 시간도 없다는 요즘시대...지금 우리 사회는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비단 가족관의 관계에서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자신과 관계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서 있는 곳이 단단한 땅위인지 혹은 흔들리는 다리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흔들리는 다리위를 건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관계들을 맺으며 살아가고 싶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 리뷰를 조만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빨리 올려야겠다.

영화는 오다기리 조가 주연을 맡았다. 찾아서 봐야겠다. 저 포스터에 쓰여 있는 말

그 다리를 건너기전까지...형제였다 인상깊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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