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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37.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by 카타리나39 201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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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나를찾는전화벨이울리고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신경숙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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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경숙작가의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있어서 첫인상이 중요하듯 소설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고 느낀것은 어둡다 와 이해가지 않는 감정들의 나열이군 하는 거였다. 이상하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혀 와 닿지 않았었다.

그러다 접한 이 책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목이 참 길기도 하지만 뭔가 있을거 같은 기분이 들게도 했다.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팔 년 만이었다라는 말로 소설은 시작되었다. 팔년이란 시간과 전화를 걸어온 주체인 그를 떠올리며 그리고 그녀의 잠깐의 망설임때문이였을까?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얘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윤교수님이 병원에 계셔...

그 한마디에 나는 어느날 나를 찾아 울렸던 한통의 전화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애써 잊으려 했고 어느 새 조금씩 흐려져 이제는 흐릿한 추억으로 남아버린 기억...그리고 급하게 뛰어 나갈 그녀를 떠올렸었다.

[중환자실에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거 같아]

아무 생각없이 받았던 전화에서 들려온 말은 순간적으로 날 얼어붙게 만들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다. 그저 뭔가 잘못된 거라고, 아무일도 없을거라고 나 스스로를 달래며 병원을 향한것이 고작이였다. 그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뛰어나가지 않고 윤이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던것과는 다르게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다. 그런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었다.

그렇게 친구를 떠나 보내고 한동안 나는 정말 아예 그런일이 없었다는 듯이 생활을 했다. 윤이 단이를 잃고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전하지 않고 생활하듯이 나 또한 그러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인이  친구의 안부를 물으면 마음이 내려앉아 차마 사실을 사실대로 전하지 못했었다.

그래, 그때는 울지도 못했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울고 싶어도 울수 없었던 시간이였다.

그랬던 내 마음이 편해진것은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시간의 흐름때문이였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편해지고, 사라질 감정이 아니였다. 시간만이 치유할수 있는 공허함과 슬픔이였다...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아픔이 옅어졌고...대신 그리움이 남았다.

미루와 단과 윤과 명서...책속엔 네명의 청춘의 한자락이 보인다. 힘겨워하고, 아파하는 그들의 청춘이...하지만 어째서 나는 그들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아픔이, 그들의 고뇌가 그리 가슴에 와 닿지를 않았다. 그들은 청춘이라 하기엔 너무 힘이 없고, 젊은이라 하기엔 꿈이 보이질 않았다.

윤이 왜 그렇게 힘겨워했는지 나는 모른다. 미루가 어째서 그래야했는지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보다 더 힘겹게 살았던 이들이 있었고 그 안에 내 친구가 있었다. 가족때문에...가족이 울타리가 아니라 자신을 가두는 창살같다 느끼던 친구가 있었다.

힘겨웠던 우리에게 사상이나 철학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자기들도 시위를 해야겠다 말했던 꽃집 아주머니의 말처럼 살아야 하니까..그런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우린 우리앞에 놓인 삶을 살아가야 했다. 어째서 우리는 이래야하지? 소수잔을 기울이며 눈물 흘리다가도 다음날 어김없이 직장으로 출근해야 했던 우리의 청춘은 그래도 그들보단 행복했고, 그들보단 꿈이 있었고, 그들보단 내일을 보고 있었다.  

그랬던 친구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스스로가 원해서도 아니고 준비할 시간도 없는 어쩔수 없는 사고로...나는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을 동정하지 않는다.

친구가 떠나고 나는 그애와 걸었던 거리를 의식적으로 외면했다. 윤이 도시의 거리를 걸었듯이 나와 내 친구도 그렇게 거리를 걸었다.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저 걷고 또 걸었었다. 그랬던 거리를...애써 외면했던 거리를 이제 무심히 스치며 지나가고 있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던 모양이다.  

나에겐 청춘이란 단어는 그때의 힘겨움보다는 친구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이였다. 이 소설은 네명의 청춘들에게 공감할수는 없었지만 그애와 걷던 거리를, 그애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문득 다시 생각나게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거리를 걷고 싶어졌다. 그때의 그 거리를...

그런데 청춘소설이라고 했던가? 나는 한없이 가라앉는 소설들을 싫어한다. 비록 이건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 라는 말을 듣더라도 그래도 조금은 더 희망적이고 활기찬 소설들을 사랑한다. 청춘이란 그렇지 않은가. 무엇이든 다시 한번 도전할수 있는 나이....그것이 나에게 기억되는 청춘이란 단어다.

이번에도 역시 신경숙 작가와의 교감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이 작가의 책을 들게 될런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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