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34. '능소화' 400년전 사랑이 찾아왔다

by 카타리나39 2010. 9. 2.
반응형


능소화(4백년전에부친편지)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조두진 (예담, 2006년)
상세보기

우리집 근처의 초등학교 담엔 올해도 어김없이 능소화가 활짝 피었다. 그 능소화를 보다 문득 이 책이 떠올랐다. 4백년 세월을 건너와 우리에게 전해진 그들의 사랑얘기 [능소화] 읽은지가 좀 된 책이기도 하다.

1998년 4월경 분묘이장 작업중 남자의 미라와 함께 발견된 한통의 편지는 [원이 아버지에게..]라는 말로 시작되고 있었다. 400년의 시간이 지나서도 거의 훼손없이 보존된 편지속 원이 아버지로 기록되어있는 인물은 안동의 무장 이요신의 아들로 밝혀졌으며 이 소설은 그때 발견된 편지와 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다.

 

*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수 없었던 그들의 인연

응태의 아버지는 스님께 응태가 소화를 얻게되면 단명할꺼란 얘기에 집 안팎의 소화를 모두 없애고, 예쁘고 심성고운 여인도 안된다 하여 얼굴이 못나 시집도 못가고 성격도 괴팍한 여자를 주선하여 혼인을 맺게 한다. 하지만 운명은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였는지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로 받아들인 이는 뛰어난 미색에 소화를 너무나 좋아하는 여늬였다.

선하기만 했던 여늬가 천상의 꽃 소화를 훔친 선녀의 환생임을 어찌 알았겠는가...



* 소화꽃, 팔목수라 그리고 여늬와 응태

소화는 하늘의 꽃이라 지상에 있을수는 없다. 그 꽃을 훔쳐 달아나 지상에 퍼뜨리니 그자를 잡으려 꽃의 정원을 지키던 팔목수라가 지상을 헤맨다. 헤매다 헤매다 지쳐 포기할때쯤 어디에서 날아온 향긋한 소화의 향기에 팔목수라는 여늬를 붙잡는다

기억에도 없는 일로 죄를 추궁받는 여늬와 그 앞을 막아선 응태...팔목수라는 응태에게 기회를 준다. 여늬를 잃으면 살아갈수 있는 기회를...

 

* 실화와 허구 사이

누구도 이 글을 100% 실화라 말할수도 없고, 100% 허구라고 말할수도 없을 것이다. 팔목수라와 선녀의 환생등을 과학적 증거없이 믿기란 어쩌면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늬의 환생을 믿지 않더라도 응태를 향항 그녀의 사랑은 믿을수 밖에 없을 것이다.

편지안에 들어있는 그들의 애닮은 사랑은 400년의 시간이 흐른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편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던것은 어쩌면 그들의 사랑이 너무 안타까워 후세에도 응태와 여늬의 사랑을 기억하게 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너무 쉽게 사랑을 생각하는 요즘 시대에 죽어서도 갈라놓을수 없었던 그들의 깊은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저는 당신이 떠나지 않았음을 압니다. 죽음이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음도 압니다. 어떤 운명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사람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리워지는 법입니다. 하물며 우리는 함께 있어도 그리워했는데 당신이 가시고 없으니 그리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본문중에서]

400년전의 그들이 그렇게 말을 걸어온다. 자신들의 사랑은 그런것이라고, 그 무엇도 바꾸어 놓을수 없고, 갈라놓을수 없는 것이라고...우리는 지금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 능소화의 전설와 그리고 책속 소화가 능소화가 된 이유

구중궁궐 소화라는 이름을 가진 궁녀가 있었다. 어여쁜 자태로 왕의 눈에 들어 승은을 입지만 왕은 그후로 그녀를 찾지 않았다. 마음 착한 소화는 그저 왕이 언제쯤 다시 찾아줄까 왕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올 날을 기다리며 매일 매일 담장밖을 바라보다 시름 시름 앓다 죽어갔며 담장밑에 묻어달라 유언을 한다. 죽어서나마 왕을 기다리겠다고...그리고 그곳에서 자라난 꽃은 담장밖으로 귀를 기울이듯 피어났으니 그 꽃을 능소화라 불렀다.

담 안팎에 어제 심은 소화의 이름을 [능소화]라 붙였습니다. 하늘을 능히 이기는 꽃이라 제가 지었습니다 ... (중간생략) ... 이제 능소화를 심어 하늘이 정한 운명을 거역하고,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여늬의 편지중에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옵니다. 운명이란 하늘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일어나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옵니다"

 

그들은 그렇게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려했다. 아마 지금 그들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과는 상관없이... (아니, 어쩌면 이것도 다 정해진 운명인걸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