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42. 지하생활자의 수기, 도스토예프스키

by 카타리나39 2010. 9. 15.
반응형


지하생활자의수기
카테고리 소설 > 러시아소설
지은이 도스토예프스키 (문예출판사, 1998년)
상세보기

언제였을까...일본의  히키코모리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헐...저 나라는 이상해!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후 우리나라에도 역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현대 사회가 어쩌면 다들 그렇게 자신만의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내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키코모리란 방이나 집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러한 현상 모두를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라 한다. 우리 말로는 은둔형 외톨이라 했다. 은.둔.형.외.톨.이...

사실 가끔은 어딘가로 숨어들어 나만의 생활속에, 아니 나만의 생각속에 빠져들고 싶을때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혼자있음에의 외로움을 미리 감지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것이 사람의 심리인지도 모른다.

한 일주일정도는 외부와 완전 단절된 상태에서 살아갈수 있을거 같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시간은 솔직히 자신있게 말할수 없다.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읽으며 은둔형외톨이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냥 그랬다.

지하생활자인 그는 은둔형 외톨이와는 확실히 다르다. 은둔형 외톨이가 오로지 혼자임을 원해서 가족간의 교루조차 거부하는것과 다르게 그에겐 함께 사는 하인 아폴론이 존재한다. 그와 티격태격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는 홀로인듯 하지만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들에게 다가서려고 한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이상한 인간으로 혹은 남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님에도 그는 자신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꺼란 생각을 하지만 역시 사람이 그리워 손을 내밀고 싶어한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은둔형 외톨이들또한 그렇게 손을 내밀고 싶어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그처럼 사람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가야 하는지를 모를뿐...

나는 이렇게 이상한(?)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이 처음이였다. 그는 사색적이고, 문학을 사랑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맺음에 서툴다. 그것만이 그의 특징이라면 그닥 이상할거 없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를 보고 있으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마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약한자에 강하고 강한 자에 약한 비굴한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그를 나는 한편으론 이해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이해하지 못했다.

현대에서 개인에게 일어날수 있는 안좋은 모든 현상을 한 사람에게 모두 쏟아부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 그의 모습. 남에게 모욕받는것을 참을수 없어하지만 그것을 강하게 따질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그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기도 불안한 그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그보다 약한 사람에겐 모욕주기를 서슴치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어떻게 된 인간이야? 라는 생각이 들지만 언뜻 언뜻 일상의 우리의 모습이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과연 지하생활에서 빠져나와 인간들과 어울릴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는 원해서 된 외톨이는 아니다. 남과 어울리고 싶어하지만 통하지 않는 언어속에서 혼자 고립되어간 인물이다. 그의 생각과 그가 중요하다 느끼는것과 그가 추구하는 생활과 그의 주위 사람들은 너무도 다르다. 그 사이에서 그는 자꾸만 혼자 자신의 생각안으로 빠져들어간다. 하지만 인간사 자신과 생각이 일치하는 사람들만 있다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서로가 조금씩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가 자신이 세워놓은 그 벽을 깨고 밖으로 나와 누군가와 소통하는것은 그의 몫이다. 옆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아마 훨씬 수월해질테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어렵다. 그냥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오는 글을 쓰는 작가라고 어딘가서 들은 기억이 난다. 아직 내가 그런 경지의 사람이 아니기에 그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도 이해했다고는 말할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꽤 흥미있었던것은 사실이다 ^^;;

설마 나에게도 지하생활자로써의 가능성이 있는건가? ㅋㅋㅋ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