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58. 악의,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린다

by 카타리나39 2010. 10. 11.
반응형


악의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2008년)
상세보기

사람의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능가하는 감동과 반전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 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책이다. 물론 인간의 마음, 그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어둠의 이면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말이였다.

용의자 X의 헌신이란 무엇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말 그대로 용의자 X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헌신하다 결국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놓는 이야기다. 천재적인 머리로 그녀를 위해 펼친 그의 행동은 참으로 용의주도 했다. 그럼 내가 용의자 X의 헌신에 감동을 했냐? 사실 그건 아니다. 나는 감동보다는 헉! 이럴수도 있나? 아무리 그래도 목숨까지? 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용의자 X의 헌신을 뛰어넘는 감동이라고? 그래서 이미 감동쪽은 포기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 내용은 좀 단순하다고 할수도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사체로 발견된다. 사체 발견자는 그의 젊은 아내와 친구인 노노구치 오사무다. 사건을 맡게 된 사람은 가가 교이치로 형사

교묘하게 덮혀있는 거짓속에서 진실을 밝혀내려는 가가형사는 결국 노노구치 오사무를 범인으로 잡게 된다. 그를 잡는 과정도 그의 방해로 좀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사실 별로 긴장될 것도 없고 그냥 그렇군, 그랬었어 하고 읽어버렸다. 그런데 가가형사가 주목하게 된 것은 살인자가 누구인가가 아니고 왜 그런일이 일어났는가...였다.

가가형사의 진실찾기에 은근슬쩍 알게모르게 힌트를 주는듯한 노노구치를 보면서 역시 진범은 따로 있는것이였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반전인게야? 그냥 그렇잖아..했다. 충격적인 결말은 무슨..하지만 가가형사를 따라 가면서 뭐..뭐지? 좀 이상하잖아......왜? 어째서? 라는 의문을 가가형사와 함께 가지게 되었다.

조금은 지루하지 않았나?하는 중반까지의 생각을 뒤집고 후반으로 갈수록 책에서 시선을 뗄수 없었다. 그것은 진범이 누구냐? 와는 상관이 없다. 어째서......어째서?  어째서일까? 라는 의문때문이였다.

아마 처음 내가 용의자 X의 헌신을 능가하는 이라는 문구를 보지않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문구를 머리속에 집어넣고 책을 보기 시작했기에 노노구치 오사무가 잡혔을때 조금 그를 의심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범인을 자처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여기서 가가형사도 범인이 쳐놓은 덫에 걸려 똑같은 오류를 범한다. 역시 선입견이란 무서운 것이다.

그가 특히 끔찍하다고 생각한 것은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미워하는 자들이 발하는 음의 에너지였다. 그는 지금껏 이 세상에 그런 악의가 존재한다는 건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것이다(p271)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p346)

이 소설은 노노구치의 수기와 가가형사의 기록을 번갈아 보여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수기를 보며 실제 상황과 수기사이의 석연찮은 부분을 잡아내고 그걸 추적하고 밝혀낸 가가형사의 기록.. 또다시 노노구치와 얘기하며 한발 한발 진실을 밝혀 나가는 방식이다. 

물적증거가 있어도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으면 꼭 밝히고야 마는 가가형사의 집념이 엿보인다. 그는 범인이 누구인것이 중요한 형사는 아니다. 아, 물론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마음은 크다. 하지만 그가 고민하는 것은 왜?라는 부분이 더 크다는 것이다.

가가 형사가 고심했듯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했던 것은 범인이 누구냐? 라는 것이 아닌 어째서 그런 범죄가 일어났는가? 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범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추리소설이다.

 

사실 소개글처럼 충격적인 결말.....이냐고 물으면? 뭐라 말해야 할지 사실은 잘 모르겠다. 충격이라고 할수도 있고 혹은 아닐수도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모두 틀릴테니까...하지만 나에겐 생각지도 못한 결말임은 확실하다. 책장을 덮으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가 않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그의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기 위해 계속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왜 책에서 저 두 부분을 인용해놨냐 하는것은.....읽어보면 알수 있을지도... ㅎㅎㅎ)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