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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이 가을 시를 생각하다 '원태연'

by 카타리나39 201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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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너는 아느냐 나의 외로움을

새벽이 점점 아침이 되어가고

긴긴 밤이 지날수록

더해가는 내 외로움을

너는 아느냐

...

계절마다 사람이 느끼고 싶어하는, 느끼는 감정들은 조금씩 달라지나보다. 뜨거웠던 여름엔 그저 덥다는 이유로 바다를 그리워하며 떠나고 싶어지더니 서늘한 가을로 접어드니 그런 감정들이 조금 바뀌어 쓸쓸함이란 단어가 더 많이 가슴을 찾아오며 떠남을 느끼게 한다.

문득 가을만 되면 유난히 많이 들리는 시몬 너는 아느냐로 시작되는 시가 생각났다. 전문을 다 알고 있지도 않고 사실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면서 ...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밟는 소리를...이라는 문구가 문득 문득 떠오르곤 하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 자주 들었던 탓이리라...

가을은 그런 계절인가보다...알수없는 그리움에 홀로 고독을 느껴보고 싶은 계절...왠지 한번쯤은 낙엽쌓인 거리를 걸어보고 싶은 계절...

내가 시를 싫어하는것인지 혹은 그저 시집을 사는것이 아깝다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반 소설보다 훨씬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학교때 열심히 외웠던 시들조차도 앞부분 혹은 너무 유명해 자주 들어 기억에 남은 부분들빼고는 전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가을...그리고 시...문득 책꽂이에 꽂혀있는 시집이 무엇이 있나 들여다본다. 몇개 되지도 않는 시집이 꽂혀있다. 그중에 하나를 꺼냈다.

넌가끔가다내생각을하지난가끔가다딴생각을해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원태연 (자음과모음, 2000년)
상세보기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라는 원태연 시인의 시집이다. 제목에 꽂혀서 사버린 책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시집들의 제목은 이렇듯 시선을 끌만한 제목들을 달고 나왔던거 같다.

이 시집을 읽고 원태연 시인을 무척이나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그런 궁금증은 사라졌지만 그 당시에는 확실히 원태연이란 사람에 대해 궁금했었다.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시를 썼을까? 그 사람은 어떻게 글을 쓰는 것일까? 어떻게 생긴 사람이지? 라는 호기심이였다. 그의 시를 읽으면 시가 이렇게 쉽게(그때는 그게 쉬워보였다) 쓸수도 있는거구나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그저 자신의 마음속 속삭임대로 적어내려가면 될거 같은 기분이 들게한다.

시를 읽다보면 작가의 아픈 이별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잊고자 하지만 잊을수 없는 마음이 읽히기도 했다. 소설과는 또다른 느낌을 갖게 했고 왠지 나도 시를 써야 할거같은 기분이 들게도 했다. 그 영향탓인지 한동안 이 시집을 손에 들고 있을때는 몇개의 시를 지어본적이 있었다. 혼자만 봤던 시에 스스로 만족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었다.

그후로 몇개의 시집을 더 산후 시간이 흐르고 다시 내 손엔 시집이 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책꽂이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몇권의 시집이 거의 원태연시인의 책인것으로 보아 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파리

                                원태연

난다고 다 새냐

낄...낄...낄...

 

이것은 내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원태연의 시다. 아니 어쩌면 원태연이란 시인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 시인지도 모르겠다.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에 나오는 시는 아니고 원태연 알레르기라는 시집에 나오는 시다.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수 없는..누군가는 그것도 시냐? 라고 할런지도 모르겠지만 시집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 시집에 들어있었으니 당연히 시다. 

(詩, poety)는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통합된 언어의 울림, 운율, 조화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에 대한 이미지등 회화적 요소에 의해 독자의 감정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작품이다라고 위키백과에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시가 꼭 일정한 형식만을 따라야 한다라고는 내 스스로가 생각하지 않기에 원태연의 저 새라는 시를 보고 뭐야? 라고 반응하지 않고 오호..이런것도 시가 되는거야? 기발하고 좋은데...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시라는 이름을 달고 많은 형태의 시집들이 나오는 듯 하다. 언젠가 시같지도 않은 내용의 책이 시집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왔을때 뭐야? 이것도 시냐? 라며 열띤 토론(?)을 벌이는 댓글들을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가 그걸 사보는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형식을 꼭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를 띤 시가 나온다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했었다. 뭐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

(그런데 사실 그 시집은 쫌 심했다. 아무리 자유로운 형식이라고하지만 그 책은 말장난에 불과했을뿐 시라는 느낌은 전혀없었다. 저 새라는 시보다 더 우스운 내용들이였던걸로 기억한다. 차라리 다른 이름을 걸고 나왔으면 좋았을껄 괜히 시집이라고 해서 욕을 멋었던 케이스였다)

깊어가는 가을........이 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한권의 시집을 구입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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