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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64. 엄마를 부탁해, 결국 그들은 여전히 모른다

by 카타리나39 201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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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부탁해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신경숙 (창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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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을 그닥 즐겨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읽더라도 천천히...남들 다 읽은후에야 집어들곤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꽤 일찍 읽은편에 속한다(근데 이거 베스트셀러였던건 맞겠지? ^^;;) 하지만 읽고 난 후에 뭘 어찌 써야 할까 고민이 된 책이다. 나는 대부분 읽으면 그때 그때의 내 감정만으로 리뷰를 적어나가곤 한다. 시간이 지나 쓰더라도 별로 고민따윈 없이 쓰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읽은지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어떻게 써야할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이런 소설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써놨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늦게서야 후회하며 부모의 사랑을 깨닫게 하는 소설은 그닥 반갑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거 같아 난 별로다.

 

시골에서 자식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왔던 엄마는 서울역에서 남편을 놓치며 길을 잃고 만다. 그리고 영영 사라져버린 엄마의 흔적.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은 신문광고를 내고, 전단지를 돌리고...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할수 있는 모든것을 동원하지만 막막한 현실에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그때서야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줄 알았던 엄마의 부재는 가족들에게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무심하게 엄마를 지나쳐 버렸는지를 깨닫게 한다. 새로울 것도 없는 흐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나 엄마를 주제로 하는 글들의 대부분이 이런 형태를 보이곤 하니까...

처음 글을 읽으면서는 얘기의 주체가 누구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1장부터 4장, 그리고 에필로그로 이루워진 이 책은

1장 [아무도 모른다]는 작가인 딸이 "너" 라는 주체로 -엄마를 잃어 버린지 일주일째다-라는 말로 엄마의 실종에 대해 얘기한다

2장 [미안하다, 형철아]는 큰아들 형철이 "그"라는 주체로 엄마의 기대와 그 기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3장 [나, 왔네]는 남편이 "당신"이라는 주체가 되어 엄마의 결혼 전반이 이야기 된다

4장 [또다른 여인]은 "나"라는 주체로 엄마의 생각이 나온다

에필로그는 다시 작가인 딸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로 돌아가는 형식이다. 이렇게 화자가 자꾸 바뀌면 좀 헷갈리기도 하지만 모르던 사실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밝혀지기도 하니 아하! 그랬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좋을때도 있긴하다.

그래서 자식들은 자신들에게 보여진 엄마의 모습이 엄마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함께 살아도 모두 알수없는데 저렇게 성인이 되어 떨어져 지내다보면 정말 부모자식간에도 서로가 알수없는 부분들이 늘어나기만 한다.

읽는 내내 그저 언제나 부모를 주제로 한 얘기에 등장하는 뻔한 내용이네...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나 엄마를 주제로 한 영화, 연극, 드라마, 소설.....그 어디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자식들과 남편의 무관심에 홀로 외로워질수 밖에 없는 엄마들의 삶. 그것은 세월이 흘러도 영~ 변할줄을 모르는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언제나 그렇게 반복되듯 되풀이 되어 나오고 있다.

책을 읽고 대체 뭘 써야할지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뭘 써야할지보다 대체 뭘 느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것이 사실이다. 꼭 책을 읽고 뭔가를 느끼필요는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를 주제로 한 소설들이 원하는 것은 감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와함께 효에 대한 생각, 내 부모에 대한 생각이리라... 

하지만 대체 어디서 감동을? 어디서 눈물을? 이라는 생각을 한 나는 책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지 못했나했다. 어디가..어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난 잘 모르겠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엄마를 떠올리지도 않았다. 책속의 엄마와 나의 엄마를 일치시키기란 쉽지가 않았던 탓이리라...

자식들은 그저 엄마의 부재로 인해 그동안 그들이 얼마나 엄마를 몰랐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의 과거를 찾아보려고는 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찾아볼 필요성은 없다. 사라진 엄마와 엄마의 과거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4장을 보면 분명 엄마의 과거가 나온다. 작가가 그 부분을 넣었던것은 이유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엄마의 과거, 엄마의 사랑은 자식들의 눈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영혼(?)이 들려주고 있었다. 엄마가 무엇을 가장 원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왔는지, 엄마의 사랑은 무엇인지..를 자식들은 끝끝내 알지 못했다. 엄마가 가장 필요로 했던것은 무엇이였으며, 엄마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던 감정이 무엇이였는지 독자는 알게되지만 정작 소설속 엄마의 자녀들인 그들은 모른다. 결국 엄마를 부탁해는......결론조차 자식들은 영원히 엄마를 모른다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게 했다.

그러니까 결국 있을때 잘해! 라고 말해주고 싶었던가 작가는?

엄마를 사랑해. 엄마를 존경해라고 말하지만 그들이 엄마에 대해 아는것은 결국 엄마가 지금까지 보여주려고 했던 외적인것에 그쳤을뿐이다. 엄마의 희생, 끝없는 사랑으로 인한 희생때문에 그들은 엄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일까? 엄마의 내면 깊숙한 곳은 전혀 알지 못한채 그저 엄마의 자리가 비워진것에 슬퍼하고, 그동안 무심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했던 이 책은 그닥 감동이란 단어로는 내 곁에 다가오지 못했음이다.

다만, 내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였음을 생각하게는 했다. 알고 있으면서도 항상 잊고 있는 그 사실을...

 

* 우리가 언제나 함께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것을 알수는 없다. 그저 보여주는 면을 볼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소설이 감동으로 다가오려면 숨겨진 그 부분들을 알게되는 순간이 와야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한다.  만약 자식들이 엄마의 저 마음을 알게되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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