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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81.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사람

by 카타리나39 201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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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남기고떠난열두사람죽을때후회하는스물다섯가지그두번째이야?
카테고리 시/에세이 > 테마에세이 > 인생이야기
지은이 오츠 슈이치 (21세기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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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 슈이치의 책이다. 전작인 죽을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 후속편이라고 할수 있는 내용이다. 전편인 죽을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가 제목 그대로 죽기전 하지 않아 후회하는 이야기들에 대한 것이였다면 이 책은 정말 제목 그대로 죽으면서 감동을 남기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말 제목하고 내용이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이라고 할수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한세상 살다가면서 무언가 자신과 관련된것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는 것은 서글픔일 것이다. 그저 왔다가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한 허무감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생각할때 느껴지는 그 쓸쓸함이 아마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똑같이 움직일텐데...나는 먼지처럼 사라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것인가? 하는 의문에서 오는 허탈감...내 존재의 의미가 무엇이였나...그런 의문이 들면 참 많이 쓸쓸해질듯하다.

병원을 나섰던 그때 나또한 그런 기분을 느꼈던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혹시 죽어 사라져도 세상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테지..그럼 내가 너무 억울하고 불쌍하잖아..라는 기분이 조금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세상에 왔다 갔다는것을 누군가는 영원히 기억해줘야하잖아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영원히 뭔가를 기억해주기란 쉽지가 않다. 죽은 사람은 그렇게 죽어가는것이고 산 사람은 또다른 기억들을 채우며 살아가야 하는것이니까...

 

하루 하루 삶은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삶에는 유통기한이 있어서 하루 하루 그 유통기한이 짧아지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산다는것이 그다지 유쾌한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살아간다는것은 죽기위해서라는 말과 같지 않은가...그래도 어떠한 인생에도 행운이 있다고 하니 그걸 보고 행복하게 살아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죽으면서 모아놓은 모든 재산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의 신체를 기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반면 죽을때까지 모든것을 끌어않고, 베품이란 것을 전혀 모르고 살다가 가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가 각자가 선택한 삶일뿐이니 무엇이 옳다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죽기전 무언가를 남긴다면 뭔가 거창한 것을, 남이 보기에도 와~ 소리가 나올정도의 뭔가를 남겨야할거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이것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드리 헵번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 예쁜 모습도 좋아했지만 나이들어감에 따라 많은 것을 베풀었던 그 모습을 보면서 더 좋아하게 되었던 배우이다.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면서 아,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것은 저런거구나! 라고 생각하게 했던 사람이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싶으면 어늬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이 글은 오드리 헵번이 죽기전 아들에게 남긴 시로써 이 책의 뒷면에도 적혀있는 내용이다. 제목이 [시간이 일러주는 아름다움의 비결]이다.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신의 얼굴에 대한 책임은 자신의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중년의 얼굴은 자신이 지나온 세월의 모습이라고 했다. 한살 한살 우리가 지나온 길이 얼굴에 녹아든다는 말일 것이다. 힘들이지 않고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남길수 있는 존재들이다. 아주 작은 실천만으로도 가능하다. 굳이 거창할 필요도 없고, 많은 사람이 알아줄 필요도 없이 그저 주위 누군가에게라도 감동을 남기고 그 사람이 그것을 기억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훌륭한 삶을 살았다고 말해줄수 있을것이다.

또한 내 곁에 있는 단 한사람에게라도 감동을 남기고 떠날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 후회라는 단어가 찾아오지는 않을것이다. 거창하고, 거대한것이 아닌 작은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 따듯한 웃음...우리가 감동을 남길수 있는 정말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주름진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듯이 나또한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될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후회하지 않는...그런 삶을...

우리는 과연 무엇을 이 세상에 남기고 사라질수 있을까? 오늘 잠시 멈춰서서 생각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오츠 슈이치는 호스피스 전문의다. 생각해보면 호스피스 병동이란곳은 희망보다는 좌절이 더 많은 곳이다. 살아나갈 사람이 아닌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사람이 들어가 있는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니 그곳에서 매일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것임에 확실하다.

"이제 단 하 사람이라도 쓸쓸한 채 죽음을 맞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거야" 친구를 어이없게 떠나보낸후 오츠 슈이치가 이렇게 다짐을 한다. 아마 그런 마음이 있어 그는 힘겨운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근무를 이겨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병동안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살아있다면...마지막 떠나는 날까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는 있다고....그런 생각으로 환자들을 대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분들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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