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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흑소소설, 남의 불행에 웃다

by 카타리나39 201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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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소소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바움,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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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거장이라고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소설이다. 그가 쓴 단편소설은 시리즈다. 흑소소설, 독소소설, 괴소소설이라고 이름붙여진...

책의 소개로 들어가보면 이런 말이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웃는다는 점에 주목, 인간의 은밀한 욕망과 어리석음과 연결 지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라고...

남의 불행에 웃는다고? 말도 안...안...안되는것이 아니다. 인간은 대부분(모두라고 말할수는 없을듯하다)그렇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 이상에는 방관자일뿐이고, 간혹 내가 미운 사람의 경우는 그 사람의 불행에 속으로 몰래 고소해하며 미소를 짓는것이 인간이다.

그의 세편이 소설중에 가장 먼저 손에 들었던 흑소소설은 블랙 코미디라고 정의되어 질듯하다. 블랙 코미디라니? 히가시노 게이고란 작가와는 매치되지 않는 단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의 소설이 보여주는것은 의외의 반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이런 소설을 쓸줄은 몰랐기에 이 책을 드는 내 마음은 즐거울수 밖에 없었다.

첫번째 이야기인 최종심사는 문학상을 타본적 없는 작가에게 문학상을 받을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는 남들에게 그깟 문학상! 이라고 쿨한척 하지만 은근 조바심과 기대를 갖게 되는 내용이 소개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가 과연 무사히(?) 문학상을 받게 할까?

또한 스토커 입문이란 글에서보면 여자친구와 헤어진 남자가 그 여자친구를 스토커하게 되는 내용이다. 뭐 이런 찌질한 놈이 다 있어? 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 스토킹이라는것이 헤어진 여자친구의 부탁이였다니..진짜 찌질하잖아! 라는 생각을 들며 핏! 하고 실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 외에 거대유방 망상증후군 / 임포그라 /  시력 100.0 /  사랑가득스프레이 / 불꽃놀이 / 과거의 사람 / 신데렐라 백야행 / 임계 가족 / 웃지 않는 남자 / 기적의 사진 한 장 / 심사위원 등 짧은 1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것을 읽었을때는 아무 생각없다가 끝부분에서 어머? 이게 뭐야...라는 허무함이 들기도하고, 어떡해? 라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뭐 이런경우가?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어딘가에서 혹은 내 주변에서 한번쯤은 있을수도 있을거 같다는 기분이 들게 하기도 했다.

글을 읽을때마다 남의 불행에 행복해서 웃는것이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혹은 허무해서 나도 모르게 헛~하는 허탈한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고, 감추어진 욕망들이 보여 썩소를 짓게도 한다.

 

내가 토요일 로또에 당첨이 되었다. 아직 돈을 받으러 간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이미 붕떠 있다. 일상이 재밌을수만은 없다. 나는 돈이 많은데 왜 이런 직장에 얽매여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헐, 이정도 돈을 받으려고 내가 남에게 싫은 소리 들어가면서, 머리 조아리면서 일을 해야하느냔 말이다. 사람들에게 크게 한턱내고 멋지게 목요일 사표를 던진다. 그리고 아침일찍 서둘러 금요일 당당하게 돈을 찾기 위해 은행을 찾는다. 그런데 로또용지를 내밀자 은행원이 한마디 한다

"고객님 이건 지난주껀데요?" 

헉......내 인생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내용이 떠올랐다. 왜였을까...

 

한편 한편을 읽을때마다 혹시나 주인공이 행복해지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행복해지면 끝나버리는 일반 소설들과는 다르게 뭔가가 있을꺼란걸 알기때문이다. 분명 끝이 이대로 끝나지 않을텐데 하는 불안이 스쳐버린다. 나는 모든 소설속 주인공들은 행복하길 바라는 편이기에 더 그랬다.

반전을 주로 쓰는 작가가 블랙코미디? 라는 의아함은 그래서 사라져버렸다.

단편소설은 뭔가 흥미진진할만하면 끝나버리거나, 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건데? 라는 의문만 남기고 끝나버리는거같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글속의 주인공들이 행복도 아니고, 불행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리면 뒤끝이 무척이나 찜찜한 것이 사실이다.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하게 해줫!라는 주문을 하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이런 짧은 단편속에서도 여러 생각들을 하게 할수있는 작가의 역량은 대단한 것이다. 앞으론 단편소설들도 좀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아직은 나는 이 작가의 책에서 당분간 손을 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다지 단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흑소소설을 읽는 동안은 지루하지 않게 한권을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어버렸다.

이런 블랙코미디를 가끔은 써주길 바라지만 작가는 다시는 이런류의 글을 쓰지 않겠다하니 기대는 접어야할듯 하다.

이제 그의 또다른 단편 독소소설을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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