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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렌, 슬픔속에 아픈 이름 설연

by 카타리나39 201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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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지영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로맨스소설
지은이 지영 (아름다운날,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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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이 끝나고 왠지 역사 로맨스를 찾아서 읽게 되었다. 워낙 역사 로맨스를 좋아하기에 집에 소장하고 있는것들이 꽤 있고, 가끔 생각나면 다시 들춰보곤 하다.

지금으로부터 400여년의 시가을 거슬러 현해탄의 거칠 물살을 건너가는 놀라운 상상력이 꽃피운 걸작 로맨스! 라고 소개가 되어있는 책이다.

현해탄을 건너? 그것은 결국 주무대가 일본이라는 말이다. 나는 어찌되었건 로맨스소설에서조차 일본이 주무대인것을 엄청이나 싫어하는 편이다. 역사 로맨스를 좋아하긴하지만 일제시대의 얘기는 좋아하지 않기에 이 책도 구입하기까지 꽤나 망설였던 책이였다.

 

왜란때 겨우 열살을 갓 넘긴 설연은 어머니와 함께 왜군에게 잡혀 일본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설연의 처지는 노비보다 못한 노비였다. 하지만 먹고 살아야했고, 어머니를 살려야했기에 그리고 언젠가는 조선으로 돌아갈수 있을꺼란 희망을 가졌기에 살았다. 그리고 살아졌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에게 어머니를 빼앗았고, 또다른 이름을 주었다.

윤설연은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인의 양녀가 되어 렌이란 이름을 가진다. 그리하여 또다른 운명을 만나게 된다. 렌이 되어야만 했던, 아니 될수 밖에 없었던 그녀앞에 나타난것은 기타가와 류타카. 그의 첩이 되어야만 했던 어쩔수 없었던 그녀의 사연...그리고 그의 사랑...그리고 그녀앞에 나타나 버려야 했던 설연이란 이름을 부르며 함께 조선으로 돌아가자 말하는 사촌 오라버니...

사촌오라비는 그녀에게 왜놈의 첩이 된것을 볼수 없다 말한다. 그리 살게는 하지 않겠다고...조선으로 가자 그리 말한다. 그때 렌이 되어버릴수 밖에 없었던 설연이 말한다.

"오라버니도 저를 그런 눈으로 보시는군요"

"뭐?"

"이런 제가 불쌍하면서도 추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시는 모양이네요. 허면, 이대로 조선으로 돌아가면 저는 어찌 살까요? 집안의 추문거리밖에는 되지 않겠지요. 어쩌면 평생 숨어살아야 할지도 모르지요. 그곳에 가면 제가 살수 있을까요? 저를 받아들여 주실까요?"

설연의 오라비는 쉬이 대답하지 못한다. 그도 설연이 조선으로 돌아가면 겪에 될 상황을 알고 있기에,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설연의 말에는 전쟁으로 겪어야 했던 여인네의 아픔이 모두 담겨져 있다. 힘없는 나라에 힘없는 여인네로 태어난것이 죄라면 죄일진데...그리 아픈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의 선조가 분명히 있었었다. 왜란을 겪을때에도, 힘이 없어 공녀로 팔려갈때에도 사는게 사는것이 아닌 삶을 살아야 했던 여인들...

그들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두배로 힘든 삶을 살아야했을것이다. 남의 나라에서는 죽어지지 않아 살았던 삶을...고국으로 돌아와선 살아있다는 이유로 버림받고 살아야했다. 그런것이 그녀들의 삶이였다. 그렇게 힘겨워하는 렌의 아니 설연을 받아주어야 했던 조선의 땅, 설연의 집에선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미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산자가 아니였다. 살아도 산자일수는 없는 것이였다. 그것이 그 시대의 현실이였다.

예전 공녀가 그랬었고, 환향녀가 그랬듯이 설연에게도 돌아올 품은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렌은 그곳을 택한다. 자신이 돌아갈수 없음을 알기에, 그런 그녀를 사랑해주는 이가 있기에, 그런 그를 또한 사랑하기에 돌아갈수는 있으나 돌아가기 힘든 조선이 아닌 낯선 땅을 택하게 된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라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왠지 익숙한듯 어색한 이름들이 계속 등장하지만 당최 그 연관관계를 모르는 나는 대충 넘어가주신다. 역시나 일본 이름이나 역사는 나에겐 너무 먼 이야기일뿐이다 ㅠㅠ

그렇게 역사적인 얘기에 상상력을 덧댄 이야기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마무리가 아닌것이 조금은 아쉬웠던 책이라고 할수 있다. 그래도 설연은......아니 렌은 행복했으리라...마지막 그 순간까지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었기에 조국을 버린 그 아픔을 잊고 행복했을꺼라 그리 믿고 싶다. 아니 꼭 행복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비록 설연이란 이름을 버리고 렌으로 살수밖에 없었지만 그 선택에 후회없이 행복하게 살아갔기를..하지만 렌의 이름속에 감추어버린 설연이란 이름은 못내 아픔으로 남았을것이란 생각이 드는것 또한 어쩔수 없다.

***

전쟁포로로 잡혔던 여인들은 고국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에게조차 외면받는 처지였다. 나라에서는 그들을 받아주라 했지만 사회적 시선이 그렇지가 못했다. 생사의 어려움을 견디고 돌아왔것만 그들에겐 타국보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이 더 힘든곳이 되었던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바라던 고향으로 돌아와 결국 자결로써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그런 그들을 가르키는 말이 환향녀다.

화냥년이란 말이 환향녀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들중 일부가 살기 위해 어쩔수 없이 몸을 팔아야했다는 말도 있어 그리 불렀는지 그들이 하는 일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부르기도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시간에 화냥년이 환향녀에게 비롯되었다는 말을 듣고 울컥~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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