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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by 카타리나39 2011.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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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행복학교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오픈하우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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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이가 들면 시골에서 살고 싶어"

친구와 나는 가끔 그런 얘기를 하곤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고...그 언젠가가 언제일지 우리는 모른다. 올수도 있고, 평생 그렇게 바램으로만 끝나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하루 하루 바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꼈다거나 혹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배신을 당해 사람을 피해 달아나고 싶다거나 그런것은 아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다. 조용하고 나무많은 곳에 살고 싶다고...그곳에서 조용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산도 보고, 강도 보면서 그렇게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다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낭만적인 꿈을 꾸곤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렇게 살아가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그럴수 있을까 모르겠다. 조금은 문명과 떨어진 어느 곳에서 한가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해도 지금 당장은 그곳을 선택할꺼라는 보장은 하지 못한다. 지금은...아직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부대끼며 살아가는것이 ... 그래, 아직은 그런것이 좋다.

내가 시골에서 혹은 조용한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금보다는 더 나이가 들었을때라는 것이다. 모르겠다. 어느날 문득 정말 내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이 정말 내가 살아가야 하는곳인지..내가 바라는 것이 모두 이곳에 있는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든다면 ..그래 그런다면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떠날수 있는 용기가 생길지도...

"한달에 백만원씩만 꾸준하게 들어온다면 난 도시를 벗어나 살고 싶어!"

누군가가 그랬다. 그러고보니 어디를 가서 살아고 경제력은 기본적으로 있어야하는구나를 또다시 실감할수 밖에 없다. 하긴 먹고 살아야할테니까...꿈같은 전원생활은 말 그대로 꿈일뿐이다. 그곳에도 역시 도시와는 다른 또다른 삶이 존재하고 있을뿐이다.

여행은 잠시 다녀오기에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곳에 정착을 하게되면 그것은 곧 생활이되고 일상의 자신의 모습과 달라질게 없다고..아마 전원생활을 꿈꾸는 우리의 머릿속엔 그 생활이 잠깐의 여행으로 기억되어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지금과는 다른 전원생활을 꿈처럼, 소망처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조금은 알기에 지금은 아니고...나중에...나중에 말이야..라는 단서를 달아놓았는지도 모르겠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으로 찾아 든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테고, 각자의 행복을 느끼는 기준이 있겠으니 그렇게 지리산을 택한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 말할수도 없고, 그들만이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할수도 없을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삶은 행복한 것일테니까...

50만원만 있으면 1년 집을 얻어 살수는 있는 지리산의 삶, 그런 삶도 있다는것이 왠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삶에 지쳤을때, 간혹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때 지리산 모든곳이 학교인 그곳을 찾아간다면 그들은 그 느리고 넓은 가슴으로 쉬었다 가라고 할듯하다.

지리산 사람들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같은 24시간을 살고 있어도 그들의 시간은 느리다. 급할것이 없기에 시간조차 그곳에선 천천히 흐르는 모양이다. 내일 할일을 굳이 오늘 할 필요도 없고, 내일 할수 있다면 내일하면 그만인 세상속의 그들이 그래도 부러운것은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아직은 그들처럼 내 자리를 벗어나 그곳으로 갈수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꿈꾸는 생활을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이 하루를 살아내야 할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그들의 마음을 닮아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여유로운 날들이 되어가길 희망해본다.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운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지리산 행복학교...그곳엘 언젠가는 한번쯤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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