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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인어공주의 마지막을 생각하다

by 카타리나39 201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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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카테고리 유아 > 그림책일반 > 세계명작그림책
지은이 안데르센&그림연구회 (랭기지플러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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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있는 집에 가면 난 책장에 꽂혀있는 동화책을을 꽤나 잘 읽는 편이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동화책들을 구비하고 있다는것을 알수가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라하는것은 역시나 공주나 왕자가 나와주는 책들이다.

친구집에 가서 어김없이 책을 꺼내 읽었다. [인어공주] 디즈니에서 나왔던 만화속 인어공주는 마지막이 행복하게 끝났던 기억이 나지만 내가 처음 접했던 인어공주는 분명 물방울이 되어 사라져버렸었다. 얼마전 끝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보면 구미호인 미호가 인어공주의 내용을 들으며 자신의 처지와 비슷해서 슬퍼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렇게 인어공주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간 안타까운 존재였다.

잠깐 본 왕자를 사랑하게되어서 자신이 가진 모든것을 포기하고, 목소리마저 포기하고 지상으로 올라온 인어공주. 그저 바라보는것만으로도 그런 사랑을 할수 있다는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렇게 왕자곁에 서게 된 인어공주이지만 목소리를 낼수 없기에 아니 어쩌면 내가 당신을 구했다 생색을 낼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저 그의 곁에 있는것으로 만족하다 이웃나라 공주에게 왕자를 뺏기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 사라져버린 인어공주의 얘기를 나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접해 왔었다.

물론 또다시 읽은 인어공주의 내용이라고해서 별로 다르지는 않았다.

왕자는 정말 자신을 구해준 인어공주의 존재를 몰랐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이건 나이가 들면서 오는 당연한 의문이긴 하다. 아..어렸을때는 정말 인어공주가 불쌍하게만 생각되어지던 때가 분명 있었다. 아무런 의문도 없이 ㅡㅡ;;

왕자는 모든것을 알고 있었다.......라는 가정하게 내가 생각한 인어공주의 마지막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어공주의 내용이 딱 하나로 분명하게 기억되어지지 않는 이유는 디즈니만화를 봐서일까? 원작을 찾아서 영어로 읽어봐야하나? (일단 영어공부부터 해야하는 불편함이 ㅠㅠ) 



나는 내 손에 들린 작은 단도를 바라본다.

"꼭!"

다짐하듯 내 손에 칼을 쥐어주며 눈물짓던 언니들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길었던 머리를...항상 자랑스럽게 휘날리던 머리카락을 어린 동생을 위해 아낌없이 마녀에게 내주었던 언니들은 그래도 불안한지 몇번이나 몇번이나 다짐을 받고서야 돌아갔다.

나는 언니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살며시 왕자의 침실로 들어섰다. 물론 성이였다면 엄중한 경비에 조금은 고민을 했겠지만 이상하게 왕자는 배에서만은 경비를 느슷하게 풀어놓곤 했다. 하긴 몇명쯤 지키고 서 있다고 해도 그걸 통과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 노래는 그들을 잠들게 할수도 있고, 기뻐서 웃게 할수도 있으니 말이다. 왕자는 언제나 내 노래가 기쁨을 준다고 했지만...

왕자는 다른 여자와 곤하게 잠들어 있다. 어여쁜 공주다. 그냥 어여쁘기만한 공주가 아니라 이 나라만큼이나 막강한 나라의 귀한 공주님이다. 나도...내 나라에선 그랬거늘...

"넌?...."

시선을 느꼈던가...왕자가 눈을 떠서는 나를 바라본다. 소리도 치지 않고 그저 내 얼굴을 슬프게, 아니 아프게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공주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켰다. 그 모습을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

"알고..있었죠?"

오랫만에 나오는 내 목소리가 나조차도 낯설었다. 바다마녀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이렇듯 마지막에 목소리를 잠깐 이라도 돌려준걸 보면...처음듣는 내 목소리에 왕자는 놀란 표정을 짓다 내 질문의 뜻을 알았는지 고개를 살짝 숙여 잠들어 있는 공주를 바라본다.

"미안하다"

그의 작은 목소리.....미안하다 한다. 미안하다고....차라리 거짓이라도 몰랐다고 해주지...나는 내손에 들려있던 단도를 슬며시 치마뒤로 숨겼다.

"행복하세요! 부디....."

돌아서는 나를 그는 잡지 않는다. 아니 잡지 못한다.

유난히 시린 달빛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겨 뱃머리로 향했다. 그리고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서 있었다.

"왜......?."

여전히 단도를 들고 서 있는 나를 언제 왔는지 언니들이 바라보며 묻는다. 왜 그를 죽이지 않았느냐고..왜 그랬냐고...

"언니들..미안해요! 하지만... 왕자님도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을꺼예요! 아무것도 아닌 나를 왕자비로 맞을수는 없잖아요. 출신도 모르고, 말도 못하는 나를 왕자비로 선택해 달라고 했던것 자체가 무리였다는거.....언니들도 알죠?"

"하지만 너와 결혼하겠다고 했잖아?"

"그건 공주를 만나기 전이죠. 공주가 그분을 구한것또한 맞는 말이니까...그러니까..."

그는 어느순간부터 처음 바다속에서 그를 구한 사람이 나임을 알고 있었다. 나또한 그걸 느끼고 있었고 그가 딱 한번만 더 청혼이 들어온 이웃나라 공주를 보고 온후 결혼하자는 말에 행복해 했다. 여태 많은 청혼자들을 거절했기에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딱 한번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줄은 몰랐다. 하필이면 왜 그 공주였을까...

"여기서 왕자님을 죽이고 내가 살면 내 사랑을 부정하는거 같아서....그래서 더 못하겠어요. 난 그 사람 사랑했고, 그래서 내 모든걸 버려 그 사람 선택했어요. 결과가 이렇게 되었다고 해도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요! ...."

나는 차마 언니들을 마주 바라볼수가 없었다.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잠시 왕자가 있을 선실쪽을 바라보다 바다를 향했다. 바다는 언제나 따스하다. 엄마품처럼 그렇게...

행복하기를........나는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따스한 바다로 몸을 던졌다. 나는 다음에 다시 태어날수 있을까? 혹시 그럴수 있다면 이렇게 아픈 사랑은 하지 않기를...


* 책은 내가 읽은 책을 찾을수 없어서 다른걸 골라 올렸다. 왜 그책은 없는걸까? ㅜㅜ

* 다른 리뷰를 올리려다 갑자기 인어공주를 읽는 바람에 이것으로 대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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