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절망의 구,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했다

by 카타리나39 2010. 12. 20.
반응형
절망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사전적 의미의 절망은 이렇다.
 
1. 바라볼것이 없게 되어 모든 희망을 끊어 버림
2. 인간이 극한 상황에 직면하여 자기의 유한성과 허무성을 깨달았을때의 정신상태

절망의구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이환 (예담, 2009년)
상세보기


절망의 구

책 제목부터가 시선을 끄는 이 책.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저 절망의 구의 정체가 궁금했다. 아니 사실은 그 태생이 궁금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것이다. 수없이 늘었났던 그 구의 정체가 말이다.

책속으로 잠시 들어가보자...

남자는 우연찮게 검은 물체의 최초 목격자가 되고(그 검은 물체는 후에 사람들에 의해 절망의 구라고 불리어진다) 그 구를 피해 도망을 가기 시작한다. 살아있는 사람만을 흡수하는 구앞에서 인간은 무력하고 나약해진다. 도망가는 자들과 그 어수선함을 택해 살인, 강도, 강간이 일어나고...사람들은 오로지 살기위해서만 움직이게 된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면서 단지 검은 구를 피해 움직일뿐이다. 그렇게 구와 인간의 생존게임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떤 무기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구는 점점 그 수를 늘려가고 벽을 통과하는것은 물론 어디로든 움직일수가 있다. 처음 구와 구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더니 시간이 흐르자 구끼리 서로 흡수하여 덩치를 키우기까지 해버린다. 사람들은 이제 모든것을 포기할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또다시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이제 다 포기할때쯤 구는 자신들이 삼켰던 사람들을 토해내버린다. 그리고 하나의 목적지를 가듯 구들은 한곳으로 모여들고...

 

나는 재난영화를 볼때마다 저런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지만 그것이 무섭다거나 공포를 불러온적은 없다. 지구 종말? 그런것도 무섭지는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 혼자에게만 닥치는 일이 아니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때문이다 ^^;;

하지만 이 책에서 느꼈던 약간의 공포는 두가지다. 첫째는 어느날 문득 잠에서 깨어나 TV를 켰는데 딱 한줄의 문구가 떠 있다.

[전 세계가 멸망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면 그 순간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 혼자 남았다는 허무함, 상실감, 두려움, 그리고 공황상태.....인간은 혼자서는 살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런 기분을 느낄수 밖에 없을것이다. 아니 혼자서도 얼마간은 살아남을 수 있다. 풍랑을 만나 홀로 섬에 떠내려온 사람이 구조되기까지 홀로 살아남는것을 봐도 인간은 분명 혼자서도 생존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으 언젠가는 구조될것이란 가능성이 남아있기때문이다. 자신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희망마저 없다고 느끼면 홀로된 인간은 살아가기가 어려운 심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했다. 그것은 지구종말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 공포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멸망했다고해서 자신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보장은 없다. 분명 어딘가에는 자신과 같이 살아남은 사람도 있을수 있다. 안심할수 있을까? 그 상태에서 하나의 공포가 또 찾아오게 된다.

두번째는 바로 사람에 대한 두려움. 혼자 남았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결국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게했던 책이다. 큰일이 닥쳤을때 사람들은 그것이 누군가에 의한것이라는 일종의 화풀이(?)를 할 대상이 필요하게 되는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목표물을 찾는다.  그 사람이 진짜로 잘못이 있든 없든 군중심리가 발동되면..아무도 막지 못할것이다.  역시나 그렇게 보면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는 말은 진리이지 싶다.

구를 최초로 목격한 순간부터 도망다니기 시작한 남자의 행동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먼저 남들에게 위험을 알렸어야 했다 혹은 정부기관에 연락을 했어야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검은 구가 사람을 꿀꺽 삼켜버리는 장면을 봤다면...만약 그 상황이라면.....나또한 그와 같이 일단 도망부터 갔을것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어쩔수 없는...

책을 읽으며 느꼈던 의문점 몇가지를 보자

구의 정체는 무엇이였을까?

구의 정체를 알려준 할아버지는 누구였을까?

구에게서 그리고 사람에게서 도망친 남자의 끝은 무엇일까?

왜 그 남자였을까?

그 남자와 구의 관계는 무엇인가?

읽는 내내 궁금했지만 책장을 덮으면서까지 확실하게 알수없었던 저 의문들을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의 판단에 맡긴듯 하다. 아마 읽는 사람마다 약간씩 다를수 있을꺼란 생각을 해본다.

검은 구는 대체 무엇에 의해 나타나게 된것인지 어째서 나타난것인지... 여전히 의문을 풀수가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한편의  SF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했던 책이다.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 쓴 내용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

 

혹시나 어두운 저녁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어느 할아버지가 스치듯 지나며

"...... 을 조심하게" 라고 말한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절망의 구의 그 남자처럼 될지도 모른다(이게 뭔 소리냐고? 궁금하면 읽으보시길...ㅋㅋㅋ)

 

* 그런데 결론을 말하자면 정체불명의 검은 구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라고 말할수 밖에 없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