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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by 카타리나39 201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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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때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웠던적은 분명히 있었던거같다. 그렇다고 나이를 빨리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나보다 나이많은 이들이 부러웠을까?

어렸던 내눈에 비친 어른의 모습은 분명 그때의 나보다 여유로워 보였다. 하고 싶은것을 할수있고, 사고 싶은것을 살수있는 나이...그래, 어쩌면 내눈에 어른은 그런 모습으로 비춰졌던듯하다. 

피터 빅셀은 지적장애인 에밀을 바라보며, 무한정 역에서 뭔가를 기다리는 그를 보며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기다림의 여유를 알거같은 어른이 되는것...

하지만 어른이(어찌되었든 그때보다는 나이를 먹었으니) 되고나니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내가..어린 시절 내 시야에 비춰졌던 어른의 여유란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을 알아버린 탓도 있다.

나는시간이아주많은어른이되고싶었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기타국가에세이
지은이 피터 빅셀 (푸른숲,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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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제목처럼 정말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것, 가고 싶은곳을 맘껏 다니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다.

그가 말하듯 우리의 인생은 기다림을 기다리며 사는 인생일지도 모른다. 유치원때는 초등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초등학생이 되면 중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교를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교를...그렇게 무언가 새로운것이, 지금보다 나은것이 있을꺼라는 기대감을 가지며 기다림을 반복하고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내일은 오늘보다...그런 희망을 가져야만 평범하고 지루한 오늘을 살아가는데 힘이 덜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그 시간에 도달하면 또다른 무언가로 시선을 돌리고야마는 인생...참 힘겹고, 어려운 삶이다. 아마 그것은 특별한 날들을 기대하며 살기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특별한일이 없었음]

이런 글을 일기장에 써 놓더라도 상황에 따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였을수도 있을꺼라는 그의 말처럼 나도 그런 생각을 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에 있을 이유없이,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무언가에 감탄하거나 관찰하지 않고서도 그저 서성이는 법을 배웠다. 그냥 여기있기, 그냥 존재하기, 그냥 살아가기...그가 에밀에게서 본것은 그것이였다. 그는 그런 에밀이 진정한 어른으로 보였다고 말한다.

지금의 나는 가끔은 그냥 살아가는거같다. 이 세상에 그냥 존재하고, 그냥 살아가고, 그냥 그냥...그렇게 가끔은 그냥인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기다림을 하고있는 에밀과는 다른 그냥을 살아가고 있다. 이건 정말 말 그래도 그냥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만 그것이 헛된 일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는 내 삶의 일부라고 애써 위로를 던지고 있을뿐....

치열하게 젊음을 보내고 어느날 문득 그런 삶도 괜찮겠구나! 이제는 그렇게 살아도 좋을 나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때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그냥 살아가는것도 멋지구나 생각할수 있을만큼 마음의 여유가.... 남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여유가 생기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조금은 여유롭고,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여전히 시간이 없고, 바쁜척하며 하루를 산다. 나의 노년은 충분하도록 여유로운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또 그런 시간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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