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이야기/2022.2023

생일이었다

by 카타리나39 2023. 5. 2.
반응형

 



생일이었다.

“요즘 옷 사지 않는 거 같아서 샀어.”

나의 일상을 잘 아는 친구가 미니멀리즘을 해볼까하는 생각에 옷을 사지 않고 있는 요즘의 나를 알아서인지 생일 선물로 옷을 사줬다.

‘생일이시네요. 축하드려요’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닌 동료가 커피 기프트 콘을 생일 선물로 보내줬다. 또 다른 동료는 팩을 선물해줬다. 또 누군가는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하지만 제일 가깝다고 생각했던 가족들은 아무도 연락이 없었다.

생일이 뭐 별건가.
나이가 들수록 그랬다. 생일이 뭐 별거냐고.
바쁜 일상 속에 깜빡할 때도 있다. 내 생일도, 다른 사람의 생일도.
그래서 나중에 알아서 부랴 부랴 늦게 연락을 한 적도 있다. 물론 하루이상을 잘 안 넘기게 기억을 하긴 한다. 별거 아니라고 해도 뭔가 축하는 해줘야 할 거 같아서.
그런데 아무도 연락이 없다.

‘하! 나 인생 어찌 산거냐?’

문득 그런 회의감이 드는걸 보니 나도 나이를 진짜 먹긴 먹었다보다. 이런 일에 서운한 감정이 생기니 말이다. 나는 가족들에게 생일축하에 대한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았다. 그건 가족간의 정이 없다거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저 습관이다.

어렸을 때 나는 생일 때 선물을 받거나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거 같다. 작은 시골에 살았던 나는 그냥 생일에 대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는 다 그랬었고, 또 그런가보다 했었다. 그러다가 중학교를 들어가고 나서야 생일이 되면 선물도 주고받는다는 걸 알았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아마 그때 즈음 부터 친구들과 생일 선물을 주고받았던 거 같다.
그렇게 자라서인지 나는 가족들의 생일축하는 큰 관심이 없다 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름 꽤 가족들 생일을 챙기며 살아왔다.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고. 남동생들과는 여전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언니들과 조카들에겐 그러했다. 스스로의 착각이 아니라 친구가 보기에도 나는 언니나 조카들에겐 꽤 잘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물론 언니들과 조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크게 생일에 대한 생각을 안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해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윤달이 낀 탓에 생일이 예년보다 좀 늦은 탓도 있겠지! 다른때였으면 그냥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갔을 생일이 이상하게도 올해는 서운하다.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고 했다.
아마 이런 감정들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가보다.
작은 일에도 서운하고, 섭섭하고.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나 회의감도 들고.
친구도 챙겨주고, 그리 오래 알고 지내지 않았던 사람도 챙겨주는 생일을 가족들이 몰라준 것에 대한 서운함은 크다. 그렇다고 전화해서 ‘내 생일인데...’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서운함을 스스로만 느끼고 일상처럼 지나가 버린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 여기서 더 나이가 들면, 이런 서운한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 나이가 될 때
그런 때 생일을 혼자 맞으면 슬프겠지?
이래서 결혼은 꼭 하라고 하는 건가?
나이가 들면 경제력뿐만 아니라 마음도 여유가 생기고 세상에 조금 더 달관된 마음을 가지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조금은 서운했던 나의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또 한 살을 먹었다는 실감을 별로 나지 않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은 확실하게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렇게 서운함 감정이 조금 쌓였어도, 올해도 그저 평범한 하루의 일상처럼 지나가버린 생일이었다.

반응형

'지난 이야기 > 2022.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과일식 - 2일차  (0) 2023.05.13
아침과일식 - 1일차  (0) 2023.05.13
하루 8시간 수면을 지키자  (0) 2023.03.14
혼자라는건 아직은 자유이자 작은 외로움  (0) 2023.03.13
버리기 - 3  (0) 2022.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