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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여름이 준 선물

by 카타리나39 201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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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준 선물(마음이 자라는 나무 5)

저자
유모토 가즈미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5-05-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순수하지만 각기 다른 아픔을 지닌 세 소년과, 역시 아픈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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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초등학생)이 며칠 결석을 한다. 그 이유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 하지만 학교에 다시 나온 친구는 별다른 감정의 변화는 없다. 함께 살지도 않았고, 아직은 죽음이란 단어와 친해지지 않은 나이인탓에 할머니의 죽음은 소년에겐 그저 먼 얘기같을 뿐이다.

 

내가 죽음이란걸 가장 가까이서 느낀 것은 20대 초반이였다. 분명 그 전에도 누군가가 돌아가셨지만 그것이 내게는 와 닿지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중환자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단한번의 면회를 끝으로 친구는 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사실 그때도 나에게 죽음이란 것이 명확하게 와 닿지를 않았다. 그저 멍하니 그 시간을 보냈던거 같다. 어쩌면 소년은 나의 그런 느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상하다. 나는 그때 어리지도 않았고, 죽음이란 것이 그저 어렴풋한 느낌으로 다가올 나이도 아니였는데 그랬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더 슬펐었던 것이 사실이지 그 당시엔 잘 몰랐었다-

 

이 소년과 또다른 친구 두명은 소년이 학교에 등교한 날 저녁 만나 죽음이란것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그러다 나온...

 

사람이 죽은걸 본적 있어?”

 

라는 말에서 비롯된 그들의 결론은 동네에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지 모른다는 한 노인을 지켜보자는것에 이른다. 죽은 사람을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지켜본 노인은 언제나 티비앞에 앉아있다. 쌀쌀함이 지났음에도 화롯불을 켜놓고 그렇게 매일 매일. 집앞엔 쓰레기가 쌓여있고, 집안을 가꾸는 흔적조차 없고, 매일 하는 일은 티비 보는 일과 몇가지 물품을 사러 나오는 일뿐...그러나 소년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노인은 당장 돌아가시지는 않는다.

 

그러다 노인과 마주치게 되는 소년들.....그때부터 그들의 관계는 묘하게 변하게 된다. 몰래 지켜보는것에서 아예 대놓고 지켜보게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던 노인이 어느 순간부터 변해가고, 그들은 서로가 인연을 맺어가게 된다. 노인은 소년들을 바라보고, 소년들은 노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관계는 발전해가고 그럼으로 인해 노인의 집도 사람사는 집처럼 변해간다. 그리고 그들이 축구대회 때문에 자리를 며칠 비우고 돌아왔을 때 노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였다. 그들이 정말 보고 싶었던 죽어있는 자가 되어 있었다. 노인은 유언장을 작성해놨고, 그 유언장에 내용을 이행하려면 소년들이 필요하다.

 

소년들은 노인과의 대화에서 한걸음 성장하고, 아무 의미없던 삶을 살아가던 노인은 소년들이 지켜보는 그때부터 변해갔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함께 했던 그들...소년들에게 그 뜨거웠던 여름은 무엇을 남기고 사라져간것일까...또한 떠나간 이에겐 그 여름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어 졌을까...

 

 

그런데 왜 그들은 그렇게 죽은 사람을 보고 싶어했을까? 어떤 제목이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것도 일본 소설이였던것같다. 그곳에서도 소녀 두명이 죽은 시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것을 실행에 옮겨보자는 얘기가 등장하는 소설이 있었다. 살아가는 사회가 달라서일까 아니면 요즘의 아이들과 내가 달라서일까? 나는 한번도 죽은 시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직은 어린 소년들(초등학생이다 얘들)이 한 얘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얘기들을 나눈다. 그 말을 옮겨본다(p 141-142) 이 책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였다.

 

 

죽는다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닐 거야. 누구나 죽는 거니까

 

하지만 죽는 것은 무서워. 그렇지?”

 

 

이상해. 누구나 다 죽는데 어째서 무섭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대답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걸까?”

 

나는 언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설령 해낼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런 생각이 드는 뭔가를 발견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나도 소년처럼 그러고 싶다. 언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뭔가를 찾고 싶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고 싶다. 사람들은 모두 그런 것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걸까? 누구나 삶에 그런 것 하나쯤은 찾아서 그것위해 살아가고 있는걸까? 어린 소년들의 얘기를 들으며 그런 궁금증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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