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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무서록 / 이태준

by 카타리나39 201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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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록(이태준전집 15)

저자
이태준 지음
출판사
깊은샘 | 1994-11-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
가격비교

 

병원엘 갔다. 갑자기 거북해진 눈은 어쩔수 없이 병원이란곳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세상 살면서 가기 싫은 곳을 몇곳 꼽으라면 당연코 한손안에 드는곳이 병원일 것이다.

병원엔 사람들도 많다. 모두가 언짢은 듯한,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오든 그렇지 않든 그 표정속에 초조함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나는 병원이 싫다. 그 독특한 냄새와 그 분주한 분위기와 그런 분주함속에서도 알 수 없는 불안한 공기가 느껴지는 그곳이...

 

어두운곳에서 티비를 보면 시력이 나빠진다 했던가?

흔들리는 차안에서 책을 읽으면 나빠지고 했던가?

이런 저런 소문들이 많은 어찌 어찌하면 시력이 나빠진다는 모든 속설들에 나는 참 많이도 들어맞는다. 정말 그래서인가? 평상시엔 잊고 있다가 문득 이렇게 병원을 찾을때면 내가 그동안 지내왔던 행동들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런 다짐도 어쩌면 병원을 가기 전부터 시작해서 , 별거 아니였습니다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끝나버리기는 한다.

 

다행히도 별거 아니였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서면서 블루베리나 사먹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 CF에서 나오는 말이 있다.

 

내가 딱 삼일 세상을 볼수 있다면......으로 시작되는 ...

 

세상을 볼수 있다는 것, 그것은 가장 큰 행복이다! 무심코 지나치며 듣는 말이지만 녹내장이 의심스럽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그 말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은 것을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기가 이를데 없다.

 

, 그래도 다행이다.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아서. 다만 건조함이 느껴지니 인공눈물을 처방해준다. 이것도 아마 며칠동안은 열심히 넣을테지만 곧 잊어버리고 평상시의 나로 돌아가겠지.

 

사람이란 언제나 그렇다. 평상시에 조금만 신경쓰면 되는일을 무심코 방치하다 몸에서 나좀 바라봐 달라는 신호를 내릴때에만 잠깐 신경을 쓴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지면 관심도 함게 사라지는 것이다.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그럼 블루베리나 먹어볼까? - 내가 이렇다. 시력에 나쁜 일을 하지 않을 생각보다는 평상시와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막아줄 뭔가를 찾는 사람이다. 이래선 안되겠지???

 

지금 이렇게 컴퓨터를 이용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 눈은 혹사당하고 있는중이다. 먼 산을 바라보자........가끔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게 해주자. 나는 또 그런 다짐을 해본다.

 

 

 

이태준님의 무서록을 읽었다.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수필이라는 점, 그리고 내가 너무도 싫어하는 한자가 상당히 많이 나온 다는점에서 큰 점수를 줄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일상의 잔잔한 얘기들을 써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래서 한번 써보려했지만 역시 나는 이런것엔 별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한번 써보고 싶었지만 저 모양밖에는 나오지 않는...왠지 그냥 일기같은...(근데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은 뭐지? 흐음...워낙 에세이에 별 관심이 없는지라...ㅋㅋ)

 

 

기억에 남았던 이태준님의 글중 하나를 옮기며 리뷰는 끝을 맺어야겠다.

 

 

아아 좀더 침묵 좀더 인욕이 있이 살자 하면서도 해마다 무엇에 팔려 사는지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덤비고 허둥거리고 지내다가는 내 가슴 속에는 봄을 느껴 보지 못하고 남의 집 울안에 핀 한 가지 개나리에서 봄을 만난다는 것은 참말 가슴 아픈 일이외다. 참말 지나간 생활에 침을 뱉고 싶은 아픔이외다.

봄은 아무데나 오지 않습니다.

봄은 나를 모른체하였습니다.

그것은 몹시 서운한 일이외다.

아쉽고 아름다운 안손님이 내집 문전만을 싸릇뜨리고 그냥 기나친 것처럼 몹시 서운한 일이외다. 봄은 어데 오나! 중에서 P206-207

 

 

나의 봄도 내집 문전앞에서 기웃거리다 사라져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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