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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by 카타리나39 2011.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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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만실종된최순자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은정 (판테온하우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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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아닌 스물아홉의 여자에게 가장 불안한 것은 무엇일까?

어느새 늘어난 눈가의 주름이나, 살포시 자리잡기 시작한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나잇살이 더해진 뱃살일까? 그것도 아니면 어느새 주위엔 짝들을 다 만나 결혼을 하고 홀로 남게 되어버린 상황에 대한 두려움일까?

스물아홉의 여자는 서른이 두렵다.......라고 말한다. 그저 스물아홉의 여자가 서른이 두려울까? 모든 스물아홉이 그럴까?

그안에서는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이라는 ㅡㅡ;;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스물아홉의 여자는 서른이 두렵다. 불과 1년의 시간이것만 앞에붙은 스물이란 단어와 서른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의 차이는 어쩔수 없이 불안을 불러온다.

생각해보면 십대는 이십대를 그리워한다. 동경한다. 20대가 되면 뭔가 활짝 핀 미래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꺼라는, 지금보다는 많은 자유를 누릴수 있을꺼라는 착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10대의 청소년들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20대는 그렇게 바라던 20대를 그냥 그렇게 매일 일상의 날들처럼 흘려보내고 30대는 무엇가를 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낸 20대를 그리워한다. 40대는 그래도 뭔가를 할수 있었던 30대가 그립다. 하지만 50대가 되면 또다시 조금은 가능성이 있었던 40대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렇게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누리고 있는 시간에 대해서보다는 누리지 못하거나 혹은 이미 지나온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삼십대도 아닌 서른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책을 집어들때는 삼십대가 실종된 최순자를 떠올렸고 어째서 그녀는 삼십대가 실종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컸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 제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스물아홉의 최순자는 평범보다 사실 약간 모자란 상황의 처지다. 고등학교때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그로인해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둘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고객도 잘 찾아오지 않는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며 떠나가버린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스물아홉...그 아홉이란 숫자가 주는 불안감...기대감은 절대 아니다. 한살을 더 먹음으로써 생겨날수 밖에 없는 불이익(여자들 경우는 꽤 그렇다)을 떠올리게 된다. 손안에 잡은것은 아무것도 없고,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도 없는 시간

그런 그녀에게 12년의 시간을 거슬러 갈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12년전의 최순자는 고등학교를 중퇴하던 그 시기다. 인생이 꼬였다 생각했던 그 시간에서 다시 출발할수 있다면 자신의 인생도 지금과는 달라질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스물아홉의 최순자는 열입곱의 고등학생이 된다. 환타지 영화처럼 그때의 나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호적을 바꿨을 뿐이다 ^^;;

그렇게 새롭게 시작된 그녀는 하지만 삼십대를 아니 그후의 인생을 쭈욱~ 최순자가 아닌 열입곱으로 돌아갔던 최수지로 살아가리라 생각했지만 제목에서처럼 최순자가 최수지로 살았던 시기는 제목처럼 딱 일년이다. 서른만...

뭔가 그래도 제목에 어울리는 뭔가가 있을거라 생각해던 책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나보다 먼저 읽었던 이가 말했다.

"책 내용이 뭐이래. 쉽게 읽히고 사실적인거같긴한데...제목하고는..."

그렇다. 제목은 뭔가 있을듯하지만 별거 없다. 그녀가 최수지란 인생에서 다시 자신의 인생인 최순자라로 돌아오는 계기는 너무도 허무하고, 너무도 어이없고, 너무도...........황당하다.

결국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인생의 중요한점은 남자? 그외에는 없었나? 최수지로 살았던 최순자는 그 남자가 아니였다면 자신의 원래 인생으로 돌아왔을까 생각해보면 고개를 흔들어진다. 그녀는 아마 그 남자가 아니였다면 영원히 최수지로 살며 자신이 걸어온 12년의 세월을 지웠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살아왔던 12년의 인생을 송두리째 버리고라도 돌아가보고 싶었던 그 시절, 그만큼 절실했던 시간이였다. 그런데 12년의 세월이 그리 의미없는 생은 아니였구나 혹은 그 시간이 지금의 자신을 이뤄온것이였구나라는 깨달음따윈 없다. 아, 그런 나도 좋아해주는 남자가 있었구나! 라는걸 깨달은것인가?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라는 제목에서 떠올렸던것은 무엇이였을까?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수 있는 그 시기를 어느순간 그냥 지나쳐버린 후의 좌절, 희망 혹은 항상 곁에 있기에 무심코 지나쳐 잃어버린 뭔가에 대한 그리움...이런걸 기대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였다.

 

* 최고의 열정과 도전을 할수 있는 20대를 사실 모든 사람이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질수 없는것에 대한 그리움일수도 있고, 후회일수도 있지만 그때로 돌아가면 내 자신과 다른 내가 될수 있을꺼란 부질없는 희망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삶에서도 분명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도전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것을 언제나 놓치고 있을뿐이다.

그러나 나도 가끔은 생각해본다. 다시 돌아갈수 있다면...다시 시작해볼수 있다면 나는 어느때로 돌아갈것인가..하고... 최순자처럼 호적만 고치는 그런 되돌아감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다시 생을 살아본다면 말이다.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걸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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