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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책상은 책상이다' 소통의 부재와 외로움

by 카타리나39 201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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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은책상이다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페터 빅셀 (예담,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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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떠올린 이유는 페테 빅셀의 새로운 소설인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때문이다. 사실 책을 구입하기전까는 이사람의 소설인지 몰랐다 ㅡㅡ;;

살펴보니 이건 독일소설이다. 오호 나는 독일소설도 읽고 있었구나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

초등학교 시절엔 별거 아닌것에 궁금증을 발휘하곤 한다. 지금이야 그런 궁금증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말이다.

"왜 산을 산이라 부르게 된거야? 강일수도, 하늘일수도 있었잖아"

처음엔 산을 산이라 부르는것에 아무런 의문점이 들지 않았었다. 그저 거렇게 생긴것은 산이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난 것이라 생각했으니까...내가 태어나면서 이름을 부모로 부터 받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처음 그걸 산이라 부른 사람은 누구일까? 왜 그는 산이라 부르게 된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다.

친구들은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불렀으니까 그런거 아닌가? 라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뿐... 우리의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더 깊이 생각했어도 결론은 나지 않을꺼라는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후론 당연히 잊고 살았다. 당연한걸, 파헤쳐봐야 결론도 나지 않는걸 끝내 물고 늘어질 필요성을 갖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란 책을 접하게 되었지만, 책이 그 당시의 나에겐 어렵게만 느껴졌고 결국 지금까지 보관만 하고 있는 중이다. 뭐 그래도 언젠가는 읽을수도 있을꺼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 ^^;;

그후 접하게 된 책이 [책상은 책상이다]

여러편의 단편들 중에 책의 제목으로 쓰인 두번째 단편이 책상은 책상이다...책상은 책상이지 뭐 별거 있겠는가...하지만 여기 좀 다른 생각을 가진 이가 있었다.

자신만의 언어를 만든 남자

모든것이 매일 매일의 반복됨에 싫증이 난 남자는 언제부턴가 사물들에 자신만의 이름을 붙인다. 그저 지겨움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놀이같은 시작이였다. 그래서 자신만의 공간에서 침대를 사진으로 부른다. 그러고는 "아! 피곤하군....사진속으로 들어가야지!" 이런 말장난에 재미를 붙일만큼 그는 그렇게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꼈다. 처음엔 하나, 하나의 이름을 새롭게 외우는 것이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름으로 기억되어져갔고, 재미를 느끼며 익숙해져갔다. 그러자 자신만의 공간에서 하던 말이 점차 일상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일상으로 퍼져나간 그의 언어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자를 고립시키는 계기가 되어버린다. 너무 그 재미에 푹 빠졌던 나머지 실제 사물의 이름과 자신이 붙인 사물의 이름이 헷갈리기 시작했던 남자. 점점 일상적인 이름들을 잃어가던 그는 그렇게 사물의 이름을 잃어가면서 평범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잃어가게 된다. 대화가 통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일상적인 소통의 문제가 생겨버렸다.

일상적인 것들....평범하고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들은 사람이 살아가는것에 대한 기본적인 요소다. 그걸 잃어갈때 사람들은 홀로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갈수 밖에 없다. 결국 소통의 부재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커다란 외로움을 불러온다.

요즘 시대를 봐도 알수 있다. 서로가 통하는 언어란것이 얼마나 중요한지..10대의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인터넷은 또한 인터넷만의 용어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10대와는 세대차이를 느끼며 그들의 말을 이해하려면 해독이 필요했고, 인터넷 사용자는 또한 그들만의 대화체계로 그 안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곤 한다.

그안에서 끼리만의 문화와 공감대가 형성되었을지는 몰라도 외부인과의 소통엔 방해가 되고있음은 확실하다.

책상은 책상이다뿐 아니라 이 책의 모든 단편들은 사람들의 소외를 얘기한다.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막아 스스로 만들어버린 소외...

지구가 둥글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 그건 그렇다. 그저 그렇게 알고 있을뿐...지구가 둥근데 땅덩어리 어느 한곳도 둥글게 원을 그리는 부분은 없지만 ... 다들 지구가 둥글다는데에 의문을 표하진 않는다. 적어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그걸 확인하기위해 모든것을 버리고 지구를 걸어서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역시나 아무리 의문을 표시하고 궁금해한다고 해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것처럼....지구는 둥글고, 책상은 책상일뿐이다.............. ^^;;

그렇게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자신안에 갇히지 않으려면, 남과의 대화를 유지하려면 모든것에 귀를 열어두어야 하는 세상속에서...우리는 오늘도 살아간다.

 

*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책도 제목에 시선을 잡았는데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라는 소설은 더더욱 제목이 나의 마음을 잡아 끌었다. 역시 제목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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