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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그녀에 대하여, 그리고 남겨진자와 떠나는자

by 카타리나39 2011.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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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대하여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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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쉽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쉽게 읽힌다. 하지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면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지게 하기도 한다. 물론 매번 그의 소설이 그렇다는것은 아니다.

그녀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보없이 그저 작가의 이름과 책표지를 보고 고른 책이다. 빨간 치마를 입은 소녀가 외롭게..라기보단 그저 조용히 혼자 앉아있는 모습이 적어도 나에겐 생각에 잠긴 모습이긴했지만 평화로워보였다. 어쩌면 그 평화로워보이는 모습에 끌려 책을 구매했는지도 모른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간혹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것은 동화속에나 존재할듯한 마녀의 존재를 등장시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에 대하여에 나오는 쌍둥이 자매들도 그런 존재다. 현실에선 없는 마녀학교를 다닌 자매들... ㅡㅡ;;

그런 자매들의 자식들인 쇼이치와 그녀...

평범하지 않은 쌍둥이 자매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 않았다. 정신병원에서의 삶은 그녀들의 이후의 삶에 알게모르게 영향을 미쳤을것이다. 그런 삶을 겪으면서 이모는 가정이란 울타리안에 안주하길 원했고,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깨달았다. 그런탓에 쇼이치는 평범한 가정의 반듯한 청년으로 자란다. 

반면 그녀의 엄마는 또다른 길을 걷는다. 똑같이 가정을 이뤘지만 자신의 힘을 너무 믿었다. 어떻게든 화해하고픈 쌍둥이 자매의 손길도 외면한채 걷잡을수 없는 길을 내달려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녀는 살아간다. 그저 사는게 사는것이니 살아가는것인지도 모른다. 어느날 문득 찾아온 쇼이치를 보면 땅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있는 느낌을 받지만 자신은 그저 뿌리없이 떠도는 느낌만 있을뿐이다. 그것은 어릴때 목격했던 처참한 광경때문인지도 모른다.

 

산 사람만 불쌍하지! 간혹 그런말들을 한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살아내야 하는 사람은 현실에서 부딪치고 깨져야하기때문에, 가버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야하기때문에 불쌍하다고...그러나...

고스트 위스퍼러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미드다. 유일하게 시즌을 제대로 챙겨본 드라마일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린 드라마다.

죽은자가 있다. 특히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자신이 죽었다는것도 깨닫지 못하고 떠돌아 다닌다. 간혹은 그저 잠들어 있다 우연한 기회에 깨어나긴하지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혼란속에 선다. 그럴때 멜린다(주인공, 귀신을 볼줄안다)는 그들에게 이승에의 미련을 버릴수 있도록 남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도와주고 빛의 세계로 향하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래서 남는자와 가는자가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고스트 위스퍼러에 나오는 대부분의 유령들은 갑작스런 죽음으로 자신이 죽었음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남은 가족때문에 혹은 비틀린 죽음의 이유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한다. 죽은자는 그저 죽었으니 다행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죽어간 이들의 영혼은 어찌되는것일까?

상황에 따라서는 죽은 사람만 불쌍한거지..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 대부분의 상황이란것이 돈을 무척이나 많이 남기고 간 경우라는 것이다.

사랑하며 함께한 이를 떠나보내야하는 남은자는 불쌍하다. 하지만 사랑하는사람을 놓고 떠나야했던 죽은이또한 불쌍할수밖에 없다.

남겨진 사람이건 떠나간 사람이건 사람은 헤어짐에 있어 준비과정이 필요한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이 죽은자를 위해 남겨준 시간이 49일이라고 했다. 그안에 미련이란 감정을 정리해야 한다고... 그렇게 산자거나 죽은자거나 헤어짐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쇼이치가 내민 손을 잡고 그녀는 자신의 기억에서 희미해져버린 과거의 시간으로 향한다. 그리고 진실앞에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게되고 이모가 내민 손의 의미또한 알게 된다. 비록 그녀를 위해 준비된 시간은 너무도 길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제대로 걷기시작한다. 아마 그동안은 제대로 된 길이 아니였기에 그녀는 언제나 떠도는 느낌만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떠나는 사람은 떠나가고 남겨진 자는 남겨진대로 살아가게 되는것이 현실이다.

 

* 가끔 일본소설을 읽으며 이해할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사촌간인 쇼이치와 그녀..."나랑 결혼할래?" 라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하는 쇼이치의 사고방식...이런 부분들이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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