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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호미, 나이듦에 대해...

by 카타리나39 201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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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박완서 (열림원,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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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느끼는 감정이 한해 한해 달라진다. 아주 어릴때 맞았던 생일과 10대가 되고...20대가 되고..점차 나이가 많아짐에따라 같은 의미의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느끼는 기분이 달라짐을 알수가 있다.

생일을 맞으면 가끔 친구들과 짧은 여행을 다녀오곤한다. 특별히 한것도 없지만 그저 떠남이란 단어가 주는 설레임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떠남에 목메이며 사는 우리의 삶...

좋은 자리에 자리잡은 펜션을 보면서 우린 약간의 부러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시골로 내려가 조금더 여유로운 생활을 해보는것도 좋겠지! 라는 생각...시골은 여유로울꺼라는 이상한 망상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이다.

어릴때 시골에 살았던 나는 그런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멀리서 지켜보는 삶과 직접 부딪쳐야하는 삶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대충 알면서도 이상하게 시골생활이 그리워지곤한다. 아마 그건 매체의 효과일지도 모르겠다. 여유로운 전원생활로 보여지는...그곳에서 먹고 살기위해 사는것이 아니라 그냥 편한 시간을 위해 사는것...

나이가 들고, 이 바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살아가면 조금은 더 관대해진 시선으로 세상을 볼수있게 될려나? 아니면 어떤 상황속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니 도시 한가운데서도 가능한 일인걸까?

이책의 제목으로 정해진 호미는 시골에서 살기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지도 모르겠다. 시골집 어디를 가도 호미 한두깨쯤은 모두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작은 텃밭을 일굴때도, 텃밭이 아닌 농사를 지을때도 잡초를 뽑기 위해서도, 마당앞의 화단을 손볼때도 필요한것이 시골생활이다.

호미라는 이 책을 읽으며 어쩌면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원생활, 도시, 나이, 은퇴...이런것들을 생각해버린다. 호미에 얽힌 사연따윈 없지만 나도 어릴때 꽤 호미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을까? 감자도 캤을테고, 고구마도 켔을테고..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화단의 잡초도 한두번쯤은 뽑았을테지...

호미같은 삶이 어떤 삶인지는 모르겠다. 그녀의 시선속에서 그려진 풍경이 포근하긴하다. 문득 그녀의 시골삶은 정말 시골에서의 삶인지 아니면 그냥 우리가 꿈꾸는 전원생활인지가 궁금해진다.

어찌되었던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위해서도 역시 필요한것은 떠나버리는 행동력이 아니라 그곳에 가서 여유롭게 생활할수있는 경제력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누가 그랬다. 그런돈이 있다면 자신은 편한 도시에서 그냥 살겠다고...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도시에서 살아야해. 그래야 덜 외롭다고 했어"

누군가 그리 말했다. 사람마도 틀리고, 지역마다 틀리겠지만...처음부터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그 생활에 녹아들기도 어려우니 그게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호미라는 좋은 에세이를 읽으면서도 이렇게 현실적인 생각밖에 못하는 나는 뭔지...

어찌되었든 더 시간이 흘러 그녀만큼 나이가 들때 여유로운 전원생활은 못하더라도 그녀만큼 여유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볼수 있는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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