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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이미지난이야기

가난한 사람들, 참 현실적인 나의 시선

by 카타리나39 201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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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끼의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었던 것이 아마 작년 쯤 이였을 것이다. 그때 샀던 책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하지만 책은 사놓고 고이 모셔두기만하고 읽지를 않았다. 일단 세권이라는 책에 급 질렸고, 그 두께에도 마음이 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꼭 읽어야지 했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저자
석영중 지음
출판사
예담 | 2008-03-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 담긴 '돈' 이야기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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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스토예프스끼 돈을 위해 펜을 들다 라는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그 책의 첫 번째 이야기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그 책을 다 읽지도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부분만 읽고 책을 덮었다. 일단 가난한 사람들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로 주문!!! 나에게 도착한 책 가난한 사람들 .. 그래서 이 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가난한 사람들

저자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0-05-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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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끼, 그의 천재성을 보여준 첫 번째 소설(데뷔작이니까) 그는 이 소설로 인해 많은 비평가들에게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의기양양했었다고 한다. 두 번째 소설부터는 그런 기대를 채우지 못했던 듯 하지만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하급관리 마까르와 역시나 가난한 처녀 바르바라가 주고받은 편지로 이뤄져있다. 마까르는 관리라고는 하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닌 그저 단순히 서류를 정서하는 일을 할뿐이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처녀 바르바라또한 삶이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바르바라를 향한 마까르의 애정은 눈물겹다. 그녀가 슬쩍 지나치듯 무언가 갖고 싶다는 말을 하면 마까르는 집세를 낼 돈이 없어도 구해서 보내고야 만다. 그의 행복은 바르바라에게 선물을 해주고,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 그렇게 단순하고 평범한 일로 보인다. 그런 마까르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바르바라는 어떠한가! 불행한 일을 겪으며 몸까지 좋지 않은 그녀는 마까르가 어떻게 해서 자신에게 선물을 보내는지 알기에 걱정이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다시피 한다. 이런 두 사람의 얘기는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만 읽혀지고 있다.

 

마까르는 다 떨어져가는 신발을 신고, 집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에게 구박을 받고, 여러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바르바라를 향한 애정을 멈추지 못한다. 또한 자신이 당장 쓸돈조차 없으면서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동정하고 베풀고 싶어한다. 그런데 바르바라에 대한 마까르의 애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남녀사이의 사랑? 아버지같은 마음의 부성애? 비슷한 처지의 동지애? 마까르는 마음엔 어쩌면 우월감 비슷한 감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사람이란 동물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며 자신의 처지에 위안을 받곤 하니까 말이다.

 

마까르를 살펴보자. 그는 사람들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싫어하는 듯 하다. 그는 나름의 자의식과 자존심이 있고, 독서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번역자이자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들 들다의 저자의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그의 자존심, 자의식이란 것도 돈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각하를 존경하게 되고 그를 위해 평생을 기도하겠다고 말한다. 그 각하의 다른 행동은 알지 못하고 그저 그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이 얘기에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무시할 수 있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니라고 본다.그에게 당장 그돈이 절실히 필요했으니 혹여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고 해도 그돈을 거절하지는 않았을것이다.   

 

바르바라를 보면 마까르보다 문학적 소양은 조금 높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그리 능동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까르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적인 말들을 써내려 간다. 그걸 참을 수 없어할 마까르임을 그녀도 분명 알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인지 그녀의 편지를 읽으면 '왜 그런 얘기를 쓰는건데?'하는 생각도 들곤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마침내 선택한 사람은 자신을 항상 보살펴주던 마까르가 아니라 부자인 다른 남자였다. 그 마지막 선택을 하면서도 그녀는 끝임없이 마까르에게 슬프다는 편지를 써서 보낸다. 어째서인가! 자신이 한 선택인 것을...

 

번역가의 말을 들어보자. 바르바라가 마까르를 배우자로 선택하지 않은 것은 나이나 물리적인 빈곤 못잖게 그를 비참하게 만들어주는 문학적 빈곤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 소설이 표면상으로 나타난 물리적 빈곤을 통해 또한 문학적 빈곤을 얘기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것인가? 바르바라의 선택의 중심엔 역시 돈이 있었다. 문학적 빈곤? 그런걸로 따지면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마까르보다 더욱 문학적 빈곤 상태에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를 선택했다는 것은 물리적 빈곤의 이유가 가장 컸다는 것이다. 결국 세상의 중심엔 돈이 있다는 이 현실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생각을 어쩌랴 ... 그런데 마까르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들을 읽으면 나 자신도 모르게 나도 그런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그들에게 갖는 선입견이 분명 나에게도 존재하고 있는 탓이다. 나의 시각엔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제약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째서였까...

 

 

 

다음에 또 한번 이책을 읽게 되면 지금과는 다른 리뷰를 쓰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책은 처음 읽을때와 두 번째, 세 번째 읽을때의 느낌이 충분히 달라질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또 언제 읽게 될런지는 영원히 미지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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