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면접을 본 회사는 3차 면접까지 진행을 했던 곳이었다. 1차와 2차 면접을 통과하고 3차 면접을 오라고 했는데 가기 싫다고 했다. 어째서였는지는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랬다. 3차 면접은 이미 입사확정이 된 사람에게 하는 대표자와의 만남이라고 했다. 내가 그때 그 회사를 다녔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모르겠다. 지금보다 나은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비슷한 상황이었을까? 반대로 더 안좋은 상황이었을수도 있겠고.
걸어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이다. 그저 걸어가보지 않았기에, 지금의 상황이 맘에 들지 않기에 후회란 감정이 덧씌어져 더 나았을꺼야!란 생각을 하게 될 뿐이다. 나또한 그렇다. 가끔 그때 거길 다니기로 했다면 내 인생이 지금같지는 않았겠지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냥 가끔.
그리고 나서 친구와 함께 들어간 곳이 작은 사무실이었다. 어째서 큰 곳을 마다하고 작은 곳으로 들어갔는지 그때의 내가 현실을 좀 더 알았더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겠지. 참 슬픈 일이다. 미래를 모른다는건.
그렇게 들어간 곳엔 학교 선배가 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보다는 그래도 아는 사이는 아니었더라도 학교 선배가 있는곳이니 더 좋을꺼란 생각을 했다. 학연,지연,혈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래서 앞으로의 직장생활에 장밋빛 꿈을 꿨는지도 모르겠다. 혼자가 아닌 둘 그리고 학교 선배. 그러나 그게 큰 착각이라는 사실을 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은 아는 사람이 가장 힘들다는 사실을.
일의 특성상 주말 근무가 어쩔수 없이 가끔 있는 곳이었다. 주말에 근무를 하면 평일에 쉴수 있었고, 또 매일 있는 일도 아니고 몇달에 두어번 있는 일이라 상관이 없었다. 그때는 주 6일 근무를 하던때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일하면서도 할거 다하고 다녔다는게 신기한 일이긴하다.
여튼, 우리는 그렇게 가끔 주말 근무와 늦은 시간까지의 야근을 해야했다. 우리에게 그렇게 일을 시켜놓고 그 선배는 정상 퇴근. 뭐 그럴수도 있지. 그럴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주말 근무를 해도 그 선배는 출근하지 않았다. 우린 그것도 괜찮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본인은 쉴거 다 쉬면서 다른 부서의 사람에게 연락해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몰래 확인하게 한다는 거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건 엄청 기분나쁜 일이었다. 본인은 일도 하지 않으면서 왜? 아니 그냥 전화해서 지금 뭐하냐고 물어보면 될텐데 왜?
되돌아보면 또 그게 그리 큰 일인가 싶기는 하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런데 그때의 나는 어렸고, 그런일에 무지했고,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실망했다. 그리고 사람은 그런 작은 감정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되돌리기 힘든 지점까지 가버리게 된다. 정확히 무슨 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우리는 선배와 의견 충돌이 일어났고, 그게 다툼이 되었다.
"그래도 니들이 참아야지. 너희 선배잖아."
그 사람은 우리 학교선배이기 이전에 직장상사였다. 그래서 그 사람이 좀 잘못을 했더라도 니들이 참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야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참지 못했다. 어쩌면 학교 선배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탓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은 하게 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렸다는 것이 큰 용기였을것이다. 20대의 나는 어디든 취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의 우리나라는 취업이 큰 문제는 아니었기도 했다.
그렇게 내 첫 직장은 일때문이 아니라 사람때문에 겨우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끝을 맺었다. 그래서 나는 어디서 일하든 돈보다는 사람사이의 관계가 우선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은 없다. 일은 힘들어도 참을수 있지만 사람사이가 힘들면 답이 없으니까.
그곳을 관두고 몇달 집에서 쉬었다. 취업 걱정도 없이 그냥 쉬었다. 그러다 지금의 직장에 들어왔고 20대부터 시작된 나의 직장생활동안 내가 쉰것은 그때 그 몇달이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봐도, 추억보정을 덮여놓고 봐도 내 첫 직장에 대한 기억은 명확하진 않지만 좋았다는 기억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지금은 내곁에 없는 친구와의 추억만이 있을뿐.
요즘 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보니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첫 직장을 그곳에서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렇게 옮기는거 몇번 더 직장을 바꿔봤더라면 하는 쓸데없는 생각.
20대는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30대는 변화도 가능하다.
40대는 두려워도 도전이 가능하다.
50대도 역시 뭐든 가능하지만 더 많은 두려움이 존재해서 그 몇십배의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 용기가 누구에게나 있는것은 아니라서. 나또한 두려움에 그저 멈춰있는 중이다.
'오늘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월급과 빨간내복 (5) | 2024.11.04 |
---|---|
직장동료와의 친분은 어디까지? (1) | 2024.11.01 |
말 한마디로 천냥빚도 갚는다는데 (1) | 2024.10.31 |
하루를 그냥 보낸다. 하지만... (2) | 2024.10.29 |
나는 이곳에서 정년까지 일할거라 믿었다. 왜? (0) | 2024.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