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 선물을!!!!!!! 이건 어디서 나온 말일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나때는 그랬다. 첫월급 받으면 당연히 빨간내복 선물을 부모님께 해드려야 한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충실하게 내복을 사서 선물해 드렸다. 어디서 시작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굉장히 자연스러웠었다.
"부모님 내복 사드려야지?"
"부모님 내복 사드렸어?"
첫월급을 받고 나면 주변에서 이런 말들을 하기도 했다. 무슨 공식이 있었던것처럼.
티비의 영향탓이었을까? 그 당시 나오는 드라마들을 보면 자식들이 첫월급을 타면 꼭 내복을 선물하는 모습이 나왔다. 내복도 내복인데 왜 빨간색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게 자연스러웠다. 이유따윈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는것이 지금와 보면 웃긴 일이긴하다. 왜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가.
미디어의 영향은 크다. 지금도 상당히 크지만 그 당시에도 그랬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지만 내 20대에는 티비와 라디오가 전부였고 티비의 영향력은 그만큼 컸었던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런게 있었다. 특히나 광고보다 드라마속에 등장하는 장면이나 제품들이 더 하다. 왠지 자연스럽기때문에 인위적인 광고보다 더 받아들이는것이 거부감이 없다. 물론 지금은 유튜브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광고에 빠져 제품들을 지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 날씨가 갑자기 겨울로 접어든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맘때 내가 첫 직장에 취업을 해서 출근을 했었다. 겨울이 시작 되기 바로 전쯤. 날씨가 이러니 문득 떠올랐다. 내 첫 직장, 첫 월급 그리고 빨간 내복. 날씨가 쌀쌀해졌고, 나는 생에 첫 월급을 받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복을 샀었던거고. 생각해보니 학교를 졸업한 후나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한다면 부모님 선물로 내복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어르신들은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내복을 입으셨고, 자신들이 추워질때쯤 월급을 받았으니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라고 내복을 사는 과정이 자연스럽긴하다. 여전히 왜 빨간색이었는지는 알수가 없지만 말이다.
내가 내복을 사 드렸을때 부모님의 반응이 어땠었는지 사실 기억이 없다. 그냥 받으셨던가? 막 감정을 드러내는 분들이 아니었으니 내 기억속에 남아있지 않았던거 같다. 그래도 내 스스로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거 같다. 내가 직접 일해서 번 돈으로 뭔가를 해드렸다는 자기 만족. 무조건 빨간 내복을 사드렸던 많은 자식들중엔 나같은 자기만족의 마음이 있었던 사람도 있을거 같다. 솔직히 부모님들이 빨간 내복이 꼭 필요하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에고, 언제 커서 이리 내복을 다 사주고..흑흑..."
그런 눈물짓는 동화같은 얘기는 드라마속에서나 존재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보다 전 세대의 이야기던가. 그도 아니면 우리집이 무진장 삭막했던 집이었을지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마 내복은 아니겠지. 내복은. 입는 사람도 많지 않을테고 자식이 첫 월급으로 내복을 사주면 기분이 흠...기분이 그냥 그럴거 같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럴거같은 느낌이다. 생각으로는 그렇다.
세월이 흐르면서 선물하는 마음도, 내용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때 그때 가장 필요한 선물들을 하게 되고, 유행하는 선물들을 하게 되는게다. 그렇다면 지금은? 역시 현금인가? 하긴 어버이날 선물도 이제는 현금으로 받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첫월급 선물도 당연히 현금...아니 첫월급타면 부모님께 선물하는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될수도 있겠구나!
첫월급의 추억이 빨간내복과 함께 떠오르는 세대는 이미 지나버렸다. 그저 지금처럼 지난 세대가 나때는!!이러면서 과거를 추억할때 나오는 단어가 되어버렸을뿐이다.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를 정말 실감하게 되는 단어가 되어버린 듯 하다.
첫월급과 빨간내복!
마음이 떠나가는 시간속에 문득 떠오른 첫월급에 대한 기억이었다.
첫월급을 받았을때는 설렘은 사라져 흩어지고 이제는 마지막으로 받을 급여의 막연함만이 남아있을뿐이라는게 서글프다. 100세 시대 우리는 과연 언제까지 급여를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는 말이 점점 현실로 와닿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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