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웃으며 버티기?

by 카타리나39 2024. 11. 6.
반응형

"남아있는 사람이 이기는거지 뭐."

버스를 타려는데 옆에 계신 분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회사에서 퇴사를 하느냐 그래도 끝까지 남아서 버티는것이 좋으냐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버스가 와서 끝까지 듣지는 못했지만 버스를 타기 전 들었던 말이 그랬다.

그래, 그 말이 맞을지도. 남아있는 사람이 결국 이기는 사람이라는거. 물론 언제나 그런 얘기들엔 전제가 따라야 한다. 떠난 사람이 현재보다 못하고, 남아있는 회사가 승승장구 하고. 그래, 그런 전제조건이 무조건 따라야 맞는 말이 되는것이다.

예전 드라마를 보면 그런 장면들이 꽤 나왔다. 아마 IMF 때는 더 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50대의 가장이 정리해고의 위험에 서고 어찌저찌 가까스로 버틴다. 그 버틴다는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밀리는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자신을 그리 대하는 사람에게 멋지게 사표를 던지지 못하고 버티고 버틴다. 그 드라마를 볼때 나는 그 장면들을 이해했던가? 그만두지 왜저래? 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안쓰러운 마음은 가졌다. 딱 그 정도였다. 그 사람의 마음도 이해가 갔기에. 아마 그 주인공이 20대나 혹은 30대였다면 나의 감상은 또 달라졌을 것이겠지만 그랬다.

사표를 써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는 요즘이지만 쓰고 나면?
회사들이 사람을 뽑을때 나이제한을 두곤한다. 공개적으로 나이제한을 두지 않더라도 막상 가보면 나이는 항상 걸림돌이 되어버릴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사표를 써야하나?라는 의문을 금새 지워버릴수 밖에 없다. 나는 지금 그럴수 밖에 없는 나이다. 어디를 새롭게 가기도 어렵고, 간다고 해도 지금의 급여를 보장 받을수 있을꺼란 보장은 절대 할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러니 사표 생각은 로또를 맞을때까지는 접어둬야한다. 뭐가 어찌되어 가든지 그냥 버틸수 밖에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회사에서도, 회사밖에서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웃고 지낼수 밖에 없다. 그냥 그렇다. 누군가에게 얘기하면 내 자신이 더 초라해 질수 밖에 없어서. 자격지심이라도 그런 기분을 느낄수 밖에 없으니까. 

욜로를 지향했던 것도 아닌데 이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째서 남은것이 아무것도 없는것인지 지난 과거를 후회해야 하는것일까? 평생 직장이라 믿었던 그 어림석음을 후회해야 하는거겠지.

하루 하루 우울하기도, 씁쓸하기도 하다가 그래, 다 그런거지. 좋게 생각하자!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정말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래도 웃으며 보낸다. 그냥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말이다. 

평생 돈이 들어오는 통로를 만들어놓지 못한 나는 지금와서 고민을 하고 있다. 20대의 누군가에게는 그런 말을 해준다. 직장 믿지 말고 평생 누구의 지시없이 일할수 있고, 돈을 벌수 있는 뭔가를 고민해 보라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해 이제와 고민하고 후회하고 있지만.

사표와 버티기 사이에서 고민했던 시간들. 선택의 폭이 넓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뭔가가 전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왜? 지금이라도 뭐든 할수 있지."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있다. 맞....맞는 말이긴하지만 나는 그런 용기는 없다. 사표쓰고 다른 일을 할 용기가 없으니 나는 그저 버텨야 할 시기에 서 있는것이다. 그래 이왕 버틸거라면 웃으면서 버티자. 복이 와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복이 온다고 하니 그렇게 웃으며 버티다보면 좋은 일이 나에게 오겠지. 그렇게 매일 매일 스스로를 위로하는 요즘이다.

지금의 이 시기가 어쩌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런 확률은 분명 존재하기에 나는 미래의 어느 순간에 이 시기를 돌아봤을때 '왜 쓸데없는 걱정을 한거지?' 그렇게 나를 어이없어 할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
 
 
* 이 또한 지나가겠지! 그러려니 해야지. 모든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는 요즘이다.

반응형